‘평균득점 최악' KBL '노잼 농구'를 분석한다 [유병철의 스포츠 렉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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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5시즌 득점력 감소로 노잼 딱지
되살아나는 2014년 김영기 전 KBL 총재의 주창
국제경쟁력보다 국내 흥행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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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1일 24-25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의 한 장면. 7차전 끝에 우승한 창원LG는 이날 서울SK에서 48-73으로 패했는데, 48점은 역대 챔프전 최소득점이었다. KBL은 득점력 저하로 인해 '노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 KBL

[더팩트 l 유병철 전문기자] # 기온이 떨어지면 농구팬들의 가슴은 설렙니다. 이미 한국프로농구(KBL)는 개막했고, 최고 무대인 미국프로농구(NBA)는 오는 21일(현지시간) 시작합니다. 그런데 전 세계적인 확산 분위기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농구 인기가 예전만 못합니다. ‘오빠부대’라는 말을 만들어낸 농구대잔치의 폭발적인 흥행, 이어 1997년 외국인선수들의 가세와 함께 강타했던 프로농구 초창기의 인기는 이미 유물이 됐죠. 예전에는 신동파 이충희 허재 이상민 서장훈 등 농구스타들은 스포츠 최고 인기를 넘어 웬만한 국민들이 그 이름을 알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분들도 KBL 간판선수들을 잘 모릅니다.

# 왜 이럴까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이번 글에서는 농구의 득점력에 주목하려고 합니다. 스피드, 파워, 화려한 기술 등이 있지만 농구의 매력은 구기종목 중 가장 큰 공(지름 75cm)을 305cm 위의 림에 통과시키는 짜릿함입니다. 접전이라고 해도, 경기 내내 골이 반복해서 빗나가면 흥미가 떨어지죠.

24-25시즌 NBA의 팀 평균득점은 113.8점이었습니다. 같은 시기 한국은 77.2점이었죠. 현저히 낮습니다. NBA의 경기시간이 총 48분으로 KBL(40분)보다 긴 것을 고려해도 그렇습니다. KBL에 20%를 더해도 92.64점에 그칩니다. KBL의 77.2점은 최근 10년 중 최저입니다. 흥미롭게도 같은 시기 TV시청률(닐슨코리아)은 이전 시즌 평균 0.123%에서 0.070%으로 떨어졌습니다. 5년간 지켜졌던 0.1% 선이 무너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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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당시 김영기 KBL 총재. 그는 '평균득점은 팬들의 만족도와 비례한다'고 주창한 바 있다. / KBL

# ‘낮은 득점력이 리그 흥행을 방해한다’는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12년 전인 2014년 프로농구의 산파로 유명한 김영기 전 KBL 총재가 역설한 바 있습니다. 2013-14시즌 평균득점이 73.4점으로 크게 떨어지자 당시 김 총재는 "평균득점은 팬들의 만족도와 비례한다"며 규정개정과 외국인선수 제도 변경을 단행했습니다. 실제로 인기가 높았던 프로 첫 시즌의 평균득점은 무려 95.5점이었고, 처음 네 시즌 동안 90점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김 총재의 주창에 힘입어 이후 KBL의 평균득점은 조금씩 상승세를 보였고, 2017-18시즌부터 80점대를 넘었습니다.

# 하지만 KBL이 지난 시즌 ‘하드콜’을 도입하면서 평균득점은 급전락했습니다. 2023-24시즌의 83.5점에서 무려 6.3점이나 떨어져 버린 겁니다. 하드콜은 쉽게 말해 심판의 파울콜을 줄이는 것으로 수비강화에 도움이 됩니다. 경기의 중요도가 높을수록 하드콜은 위력을 발휘해 지난 시즌 LG와 SK의 챔피언결정전 시리즈는 평균 65.6점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경기가 격투기처럼 거칠어졌고 재미와 긴장감은 오히려 줄었다는 팬들의 볼멘소리가 많았습니다. 미디어의 발달로 세계 정상의 NBA를 실시간으로 감상하고 있는 국내 농구팬들로부터 KBL은 ‘노잼’ 딱지가 붙었죠.

# 저조한 득점으로 인한 노잼 문제는 KBL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득점력을 떨어뜨리는 세 요소 중 하나인 U파울(비신사적 파울)을 올시즌 2년 만에 부활시켰습니다. 속공상황에서 수비선수가 고의로 팔을 뻗어 반칙을 하면 일반 파울이었지만, 이제 U파울이 적용돼 자유투 2개와 함께 공격권이 주어집니다. 멋진 득점을 방해하지 말라는 것이죠.

하지만 하드콜과 수비자 3초룰 폐지(수비수가 페인트존에 3초 이상 머물 수 없다는 규정,2012-13시즌 폐지)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유는 국제경쟁력 강화입니다. 앞서 2년 전 U파울을 없앤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국제농구연맹(FIBA) 흐름을 따라야 대표선수들의 국제대회 적응이 쉬워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다는 논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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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5시즌 KBL와 NBA의 득점왕은 각각 자밀 워니(왼쪽 22.2점)와 샤이 길저스-알렉산더였(32.7점)였다. 경기시간을 고려해 20%를 늘려도 워니는 26.64점으로 현저히 적다. KBL은 외국인선수들에게 득점기회가 집중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같은 시기 KBL 국내선수 득점 1위는 이정현의 16.8점(8위)였다. / 서울SK, 길저스-알렉산더 인스타그램

#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습니다. FIBA룰을 잘 따르면 정말 한국농구의 국제경쟁력이 강화되는지요? 기본적으로 논리가 좀 얄팍하지 않은지요. 또 실제로 그렇게 했는데도 한국농구의 국제경쟁력은 현재 사상 최악입니다. 올림픽은 1996년 이후 7회 연속 본선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구월드컵(구 세계선수권)에서도 10위권을 넘어 이제는 20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1969년과 1997년 정상에 올랐던 아시아컵(구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지난 8월 8강에서 탈락하고도 ‘졌잘싸’라고 합니다. 국내에서 열린 두 차례 아시안게임(2002, 2014년)에서 우승한 것을 제외하면 2000년 이후 내세울 게 없습니다.

#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좋은 경기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또 이를 통해 기량향상을 이뤄 궁극적으로 세계무대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이게 진짜 국제경쟁력 끌어올리기죠. 또 국제경쟁력이 좀 떨어져도 국내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면 차라리 그쪽이 더 나을 겁니다. 그게 프로죠.

팀당 4~5경기를 치른 올시즌 KBL의 평균득점은 현재 76점 수준입니다. 아직 초반이지만 지난해와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부디 우리 프로농구가 득점력 강화로 ‘노잼’ 딱지는 떼어냈으면 합니다. 원인이 농구용어집에도 없는 말인 ‘하드콜’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득점력을 높여주십시오.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공염불로 포장한 재미없는 농구는 즐기기가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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