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갓!...루스도 못한 일, '오타니가 오타니했다' [황덕준의?크로스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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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2025 NLCS 4차전 LA다저스 선발 오타니 쇼헤이
6이닝?무실점?탈삼진?10개, 톱타자 3홈런 'ML 불멸의 기록'
|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18일(한국시간) 밀워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서 7회말 중월 솔로 홈런을 날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
[더팩트 | LA=황덕준 재미 언론인] 5만 3천여 관중의 환호..."오마이갓!" 을 외치는 아나운서의 탄성...스포츠바를 뒤덮는 함성...
포수의 미트에 강속구가 꽂히는 소리와 함께 타자가 헛스윙할 때, 136m, 143m, 130m 거리의 담장 너머로 타구가 까마득히 날아갈 때, 그 순간마다 하늘이 흔들리고 땅이 울렸다.
그 인공지진의 진앙은 오타니 쇼헤이(31)였다. 선발투수로 6이닝 2안타 무실점에 탈삼진 10개. 톱타자로서 때려 넘긴 장쾌한 솔로 홈런 세 방.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2년 연속 월드시리즈로 나서는 길목에서 오타니가 끝내 '오타니했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게임"이라 했다. LA타임스의 퓰리처수상 칼럼니스트 빌 플라스키는 "솔직히 아무도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일을 목격했다"고 했다. 그들의 한마디는 전혀 과장스럽지 않다.
베이브 루스 이후 100여년 만에 빅리그에 등장한 투타겸업 선수가 그 야구의 신화적 인물도 해본 적 없는 '한 경기 승리투수 겸 홈런'을 경이로운 숫자로 장식했으니 말이다. 루스는 포스트시즌 3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 한차례 14이닝 완투승을 했지만 홈런은 때리지 못했다. 그는 투수에 주력하느라 타순도 9번에 배치됐을 뿐이었다.
오타니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 4차전 활약이 더욱 드라마틱한 것은 그 전날까지 이어진 포스트시즌 슬럼프에서 이룬 반전이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치른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NLDS)부터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한 NLCS 2차전까지 오타니는 25타수 2안타, 타율 0.103에 홈런은 없었다. 타석의 절반 가까운 12차례나 삼진을 당하는 모습은 비현실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7억달러에 계약한 선수가 그런 식의 성적을 내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없다"라는 코멘트는 미디어의 시니컬한 비판이 아니라 다름 아닌 다저스 사령탑의 입에서 나왔다. 소속 선수에 대해서 결코 부정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 로버츠 감독이 오죽 답답했으면 그렇게 직격탄을 날렸을까.
물론 오타니는 감독의 이 같은 압박을 "내가 잘 치면 우승한다는 거죠?"라며 긍정적으로 뒤집어 받아들였다. 밀워키 원정에서 2게임을 이기고 로스앤젤레스 홈으로 돌아와 3차전을 준비하기 전날인 16일(한국시간) 오타니는 평소에 하지 않던 필드 타격연습(BP)에 나섰다. 다른 타자들과 달리 경기 전에는 실내 배팅케이지에서만 훈련하던 루틴을 버린 것이다. 이게 얼마나 이례적이었던지 닛칸스포츠 등 일본매체들은 '긴급속보' '초이례적'이라는 표현으로 내보낼 정도였다.
오타니로서도 그만큼 타격슬럼프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이 야외타격훈련에서 오타니는 32개의 타구 가운데 14개를 외야 담장 너머로 날렸고 그 중 1개는 18일의 4차전에서 나온 143m짜리 장외 타구와 거의 비슷한 궤적을 보였다.
오타니가 타격훈련 패턴에 변화를 주는 모습을 지켜본 다저스의 주전포수 윌 스미스는 "3,4차전에서 홈런 5개는 날릴 것같다"고 예언했다. 스미스는 근거를 묻는 기자들에게 "글쎄요.오타니잖아요"라며 싱긋 웃었다.
로버츠 감독은 "직접 변화를 주고 싶어 했다. 스스로 조정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오타니가 루틴을 바꾸면서 감각을 되찾으려 한 자세를 평가했다.
사실 오타니는 올시즌 투수로 등판한 날을 전후해 타격 부진을 겪었다. 선발등판한 당일 타격성적은 타율 0.222에 홈런 4개를 친 반면 삼진 21개를 당했다. 등판 다음날 경기에서는 더 나빠져 타율 0.147에 홈런 2개, 삼진 10개를 기록했다. 그의 올해 포스트시즌 타격부진도 필라델피아를 상대한 NLDS 1차전에서 마운드에서는 6이닝 3실점 하고 타석에서는 삼진 4개를 당하며 무안타로 돌아서면서 시작됐다.
밀워키와 치른 4차전 등판을 앞두고 로버츠 감독이 오타니의 타순을 1번에서 2,3번으로 내릴까 검토했던 것도 투타겸업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나 싶은 고민을 엿보게 한다. 오타니는 포스트시즌 슬럼프와 관련한 이 모든 일들을 뒤집고 기록에 남을 만한 서사를 엮어냈다. 가을야구 징크스에 갇힐 뻔한 상황을 변화와 긍정 마인드로 받아들여 '불멸의 스타'로 거듭 난 것이다.
이제 다저스는 1999~2000년 뉴욕 양키스 이후 25년만에 월드시리즈 2연패라는 목표에 도전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누구도 할 수 없으리라 믿었던 일을 현실로 만든 오타니가 서 있다. 그가 올해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어떤 새로운 역사를 또 써내려갈 지 궁금할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