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LAFC 이적, 축구 이상의 '빅 이벤트' [황덕준의 크로스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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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LAFC 이적설이 현실화한다면 축구를 뛰어넘어 한인동포사회를 포함한 다민족이 공존하는 LA시역사회의 '빅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아시아투어에 나선 토트넘 손흥민을 응원하는 홍콩 팬들./토트넘

[더팩트 | 박순규 기자] 토트넘의 손흥민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떠나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의 로스앤젤레스 FC(LAFC)에 합류한다는 시나리오는 아직 가정일 뿐이다. 그러나 그 실현가능성은 단순한 '이적 루머'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한인동포사회, 다민족이 공존하는 LA지역사회, 그리고 손흥민 자신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수 있는 '빅이벤트'다.

무엇보다 한인동포사회에 미칠 상징적 효과는 크다. 1994년 박찬호가 최초의 한국인 메이저리거로 LA 다저스에 입단, 1996시즌부터 풀타임으로 빅리그 마운드에 섰을 때 다저스타디움은 단순한 야구장이 아니라 한인들의 자부심이 표출되는 공간으로 변했다. 이후 류현진을 거쳐 현재의 김혜성, 이정후 등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플레이할 때마다 수천명의 한인관중이 관중석에서 마치 '한국의 날'인 듯 축제의 장을 만들어오고 있다.

손흥민의 LAFC 합류는 그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야구보다 축구가 지구촌에서 가진 위상을 고려하면, 손흥민의 등장은 한인 사회를 MLS의 핵심 팬베이스로 끌어올리고,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정체성의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1세대 이민자에게는 고국의 자부심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2세, 3세에게는 "우리는 단순히 소수민족이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주역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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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지난 5월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에서 우승한 뒤 동료들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AP.뉴시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새벽잠을 아끼지 않고 엄마 아빠와 함께 한인타운 길거리에 모여 "대~한민국!"을 외쳤던 '키즈'들이 30대 중후반이 됐다. 이제 그들이 다시 제 아이들 손을 잡고 시니어가 된 부모와 함께 손흥민을 보러 3대가 축구장을 찾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벅차오른다. 게다가 LAFC의 홈구장인 BMO스타디움은 코리아타운에서 불과 4마일(약 6.4km) 거리에 인접해 있어 한인들의 경기장 방문도 아주 용이하다.

LA 지역사회 전체로 봐도 손흥민의 합류는 문화적 파급효과를 배가시킨다. 현재 LAFC의 주된 팬덤은 멕시코계와 라틴 커뮤니티다. 경기장은 이미 라틴 음악과 응원가로 가득 차 있으며, 다민족적 분위기가 살아 숨 쉰다.

여기에 손흥민이 더해진다면, 아시아계 팬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경기장은 LA의 문화적 다양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LA는 다민족의 용광로"라는 말이 스포츠 무대에서 현실로 구현되는 순간이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티켓 판매나 굿즈 매출 증가에 머물지 않는다. 글로벌 팬들이 "손흥민을 보러 LA로 간다"는 이유로 찾아들기 시작하면, 도시 경제와 관광산업에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다.

MLS는 이미 데이비드 베컴과 리오넬 메시의 사례에서 그 엄청난 파급력을 확인한 바 있다. 프리미어리그 맨유와 스페인 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를 거쳐 2007년 MLS의 LA갤럭시로 옮긴 베컴은 2012년까지 5시즌 동안 뛰며 리그의 수준과 성장을 촉진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베컴이 2018년 창단한 인터마이애미의 구단주가 돼 2023년 메시를 영입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갤럭시 시절 MLS 전체의 흥행과 가치를 급상승시킨 경험을 고스란히 카피해 따붙이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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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동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LA 다저스의 김혜성./뉴시스

손흥민은 베컴이나 메시만큼 세계적인 슈퍼스타의 반열에는 다소 미치지 못할지라도,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된 스타로서 그들 못지 않은 '상승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메시가 마이애미에서 선수로만 머물지 않고, 자신의 브랜드를 미국 시장과 연결시키며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손흥민 또한 아시아 축구의 대표 얼굴로서 미국 내 아시아인 서사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10여년간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며 '월드 클래스'로 인정받은 그의 존재는, 아시아인도 세계 최고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할 수 있다는 또렷한 증거다. 그가 LA에서 뛰는 모습은 미국내 한인커뮤니티 뿐 아니라 아시아계 전체의 자긍심을 높이는 동시에 다인종 사회 속에서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손흥민 개인 차원에서도 LA 이적은 단순히 '하향 이적'으로만 볼 수 없다. 물론 프리미어리그의 치열한 경쟁과 유럽 무대의 명성을 떠나 미국 MLS로 간다는 것은 은퇴 준비용 행보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LA라는 무대는 단순한 종착지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의 공간이다.

베컴과 메시 외에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티에리 앙리, 웨인 루니, 프랭크 램파드, 스티븐 제라드, 디디에 드록바 등 유럽축구무대를 누비던 글로벌 스타들이 줄지어 거쳐간 MLS는 더 이상 '은퇴 리그'라고 할 수 없다. 북미에서 내셔널풋볼리그(NFL)와 메이저리그 야구에 이어 3대 흥행스포츠로 그 위상이 단단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들어 리키 푸익 같은 젊은 선수도 합류할 만큼 세계적인 리그 중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손흥민은 미국 제2의 마케팅 시장인 LA에서 은퇴 이후의 삶을 설계할 수도 있다. 방송, 광고, 사회활동, 커뮤니티 리더십 등 다양한 확장 경로가 열려 있다. 손흥민이 LAFC 유니폼을 입는다면, 그는 단순히 골을 넣는 선수로 끝나지 않고, 차세대 아시아 선수들에게 영감을 주는 멘토, 더 나아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손흥민의 LAFC행은 한인 이민사회의 자부심과 LA라는 도시 공동체의 문화적 다양성, 그리고 개인 커리어의 확장을 동시에 아우르는 상징적 의미가 담긴다. K팝과 K드라마, K푸드로 이어지는 한류의 흐름에서 '쏘니' 손흥민은 K의 새로운 아이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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