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티 셰플러, '타이거 우즈 반열에 올랐다' [박호윤의 IN&OUT]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압도적 기량, 공포심의 대상...우즈의 전성기 떠올라
최근 2시즌 평균은 우즈를 능가하기도
페덱스컵 첫 2연패면 '새로운 황제'


17557922223356.jpg
스코티 셰플러가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2차전 BMW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BMW챔피언십은 우승컵 외에 미웨스턴골프협회의 JD웨들리 트로피를 하나 더 시상한다. AP/뉴시스

[더팩트ㅣ박호윤 전문기자] 이쯤 되면 타이거 우즈 반열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많은 골프 관계 언론에서 우즈와 비교하는 기사가 본격적으로 실리기 시작했다. 스타일이 비슷하지는 않지만 가공할 능력과 타 선수들이 느끼는 소위 공포감 등은 거의 ‘우즈급’이다.

현 세계 골프계를 완벽 지배하고 있는 스코티 셰플러(29·미국) 얘기다. ‘압도적 세계랭킹 1위’ 셰플러는 지난 18일(한국시간) 끝난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2차전 BMW챔피언십에서 최종 라운드 4타 차 열세를 딛고 로버트 매킨타이어(스코틀랜드)에 2타차 역전승을 거둬 시즌 5승째를 기록했다. 특히 1타 차로 추격당한 17번홀(파3)에서의 27미터 칩인 버디는 우승을 위한 결정타였으며 그간 우즈가 몇 차례 보여 줬던 ‘역사적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셰플러는 이 우승으로 2006~2007년 타이거 우즈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단일 시즌 5승 이상을 거둔 선수가 됐다. 셰플러는 지난해에도 7승을 몰아친 바 있으며(이 또한 2007년 우즈 이후 첫 기록) 파리올림픽에서는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었다.

17557922228706.jpg
스코티 셰플러(왼쪽)가 지난해 말 열렸던 히어로월드챌린지에서 우승한 뒤 호스트인 타이거 우즈와 함께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물론 아직 투어 6년 차에 서른이 채 안된 셰플러를 우즈와 맞비교하긴 무리다. 그러나 최소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간의 행보만 보면 전성기 우즈에 그리 뒤질 것도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셰플러는 지난해부터 최근의 BMW챔피언십까지 2시즌 동안 총 37개 대회에 출전해 12승(메이저 3승)을 올렸다.

우승확률이 무려 32.4%. 3개 대회에 한번 우승한 셈이다. 이는 총 378개 대회에서 82승을 기록, 21.7%의 우승확률을 보인 우즈를 능가한다. 톱5는 23회로 62.2%, 톱10율은 무려 83.8%(26회)에 달해 각각 43.1%(163/378), 52.6%(199/378)를 마크한 우즈에 역시 앞선 기록이다. 물론 우즈가 2010년대 중반 섹스 스캔들과 교통사고 부상 등의 여파로 이후 10년 가까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반영된 수치이지만, 그것까지 감안하더라도 셰플러의 요즘 행보는 우즈의 전성기적 퍼포먼스에 필적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또 한가지, 요즘의 셰플러가 우즈와 자주 비견되는 것이 선수들에게 주는 공포감, 또는 압박감이다. 타이거 우즈는 최종 라운드에는 늘 빨간 상의에 검은 팬츠를 입고 경기에 임하면서 상대를 압도하는 플레이로 수없이 우승컵을 수집해 이 모습이 하나의 상징 처럼 각인돼 있다.

우즈는 54홀을 단독 선두로 마친 45개 대회에서 43승을 올려 승률이 96%에 달한다. (공동 선두까지 포함하면 55승4패) 마지막 날 우즈가 선두로 나가면 이미 승부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이키와 결별 후 우즈와 새롭게 계약관계를 형성한 테일러메이드는 이 같은 이미지를 살려 ‘선데이 레드(Sunday Red)라는 의류 브랜드를 만들기도 했다.)

1755792223329.jpg
셰플러(가운데)가 BMW챔피언십 우승 직후 가족들과 함께 인터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AP/뉴시스

요즘의 셰플러도 동반자들에게 비슷한 분위기다. 지난달 디 오픈에서 선두 셰플러에 4타 뒤진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던 리 하오통(중국)은 "이 정도면 아예 2위를 하기 위해 플레이하는 것과 같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표하기도 했다. 셰플러 역시 그간 54홀을 선두로 마쳤던 9개 대회에서 예외 없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그중에는 4차례의 메이저 우승(2022, 24 마스터스, 2025PGA챔피언십, 디오픈)이 포함돼 있다. 이 정도면 동반자 또는 앞 뒤의 선수들이 지레 포기하고픈 마음이 들 정도라 할 수 있겠다.

위에 언급한 BMW챔피언십 최종일 17번홀 27미터 칩샷 버디는 타이거 우즈의 ‘전설적 칩샷’ 몇가지를 소환함으로써 셰플러가 ‘우즈급’ 플레이어라는 걸 팬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었다. 2005년 마스터스 최종일 16번홀 그린 왼쪽 러프에서 친 우즈의 칩샷은 2단 그린의 경사를 타고 ‘ㄱ’자로 꺾여 내려온 뒤 홀컵 가장자리에 잠깐 멈췄다가 극적으로 빨려 들어가는 명장면을 연출한 바 있는데, 이 순간은 해설자가 "당신의 인생에서 이 같은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In your life, have you seen anything like that)"라는 멘트와 함께 골프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순간의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특히 공이 홀컵에 떨어지기 직전, 나이키 로고 ‘스우시’가 선명하게 전세계 골프 팬들에게 각인돼 더 회자된 장면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2012년 메모리얼토너먼트 최종 라운드 16번홀 두번째 샷. 반대편 해저드를 걱정해야 하는 15미터 내리막 상황의 그린 옆 러프에서 친 플롭 샷이 그림 처럼 버디로 연결되자 우즈는 툭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로 포효했고 결국 마지막 홀 버디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 장면은 호스트인 잭 니클러스가 "역대 내가 본 가장 믿을 수 없는 샷이자 배짱이 돋보이는 샷"이라고 평했고 우즈는 이 대회 우승으로 잭 니클러스가 보유하고 있던 PGA투어 역대 최다승 2위(73승)와 타이를 이루기도 했다.

17557922240028.jpg

화려한 세리머니가 트레이드 마크인 타이거 우즈가 2019년 마스터스에서 역전 우승을 확정지은 뒤 포효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우즈는 총 683주 동안, 그러니까 13년을 넘는 기간 동안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했었다. 그 중에는 2005년 6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281주 동안 연속 1위 자리를 지킨 바 있다. 난공불락의 기록이다. 아직은 ‘새발의 피’같은 느낌이지만 셰플러도 현재는 누구도 넘보기 힘든 기세로 우즈를 좇고 있다. 이미 3년 가까운 151주 1위이고 2023년 5월 이후에는 현재까지 흔들림없이 117주 연속 톱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직 우즈의 그것에는 요원해 보이지만 현재의 압도적 기세는 특별한 부상 등의 이유가 없다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역대 세계랭킹 포인트 최고점은 2007년 우즈가 BMW챔피언십과 투어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7승을 기록했을 당시의 24.36점이며 이 때 2위인 필 미켈슨(14.73점)과의 격차가 9.57점이었다. 현재 셰플러의 OWGR 포인트는 21.23점으로 2위인 로리 맥길로이(11.26)에 9.97점 앞서 있어 우즈-미켈슨 차이 보다 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셰플러는 앞으로 상당기간 우즈의 기록을 향해 홀로 쾌속질주를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플레이 스타일은 많이 다르다. 우즈가 폭발적이고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며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반해 셰플러는 기계적이고 흔들림없는 정밀함을 갖춘 ‘침묵의 암살자’ 느낌의 절대 강자라 할 수 있다. 우즈는 셰플러에 대해 "정말 대단하다. 그가 퍼팅을 잘하면 우승한다. 퍼팅이 뛰어나면 압도한다. 퍼팅이 부진해도 여전히 우승권에 있다"며 셰플러의 전방위적 안정성과 일관성을 극찬했다. 셰플러는 자신이 자주 우즈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 "비교 자체가 좀 무리"라고 말하고 "나는 아직 우즈의 1/4 정도 왔을 뿐이다. 그는 골프 역사에서 독보적인 존재"라고 존경의 마음을 나타냈다.

17557922243768.jpg
셰플러가 올해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이제 셰플러는 21일(현지시간) 새로운 역사를 위한 마지막 여정을 시작한다. 세계 최고 선수 30명 만이 출전하는 투어챔피언십에서 사상 첫 페덱스컵 2연패에 도전하는 것. 우즈도 해내지 못한 전인미답의 대기록이다. 예년에 있었던 보너스 타수 제도가 없어져 일반의 대회 처럼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지만 역시 최강의 우승 후보는 셰플러일 수 밖에 없다. 어떤 이는 셰플러 1명과 너머지 29명의 대결이라고도 말한다. 과연 어떤 결말이 지어질까.

대회가 열리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이스트레이크골프장의 빠르고 언듈레이션이 심한 그린은 퍼트가 유일한 약점이랄 수 있는 셰플러를 괴롭힐 수 있고, 타이틀 방어에 대한 부담감과 계속되는 빅매치로 체력과 집중력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그리고 이스트레이크에서 3회나 우승했고 톱10을 아홉차례나 기록하는 등 코스 적응력이 압도적인 로리 맥길로이의 마지막 도전 등이 셰플러 우승의 마지막 변수일 수 있겠다. 7년 연속 투어챔피언십 출전으로 존재감을 확인한 한국의 임성재의 활약도 기대된다.

17557922249497.jpg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
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