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 화보집 낸 롯데 김원중과 '엇갈린 시선' [김대호의 야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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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선수가 화보집 형태의 자서전 출간해
시즌 중 팀 성적 하락과 맞물려 논란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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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화보집 형태의 자서전을 출간했다. 현역 선수가 시즌 중 개인적 소재의 책자를 낸 게 초유의 일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투수 김원중(32)이 '야구선수 김원중'이라는 자서전을 냈다. 정식 출간에 앞서 7월 말부터 온라인 사이트에서 예매를 했는데 관심이 대단하다. 현직 기자와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김원중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30대 초반 현역 선수의 ‘자서전’이 사리에 맞는지 의심스러운 차에 내용을 보니 ‘화보집’에 가까웠다. 프로야구의 폭발적 흥행에 편승해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인기 선수의 화보집이라니 참 기발하다.
초유의 일이다. 지금까지는 기껏해야 선수들 사진이 크게 들어간 팬북이 고작이었다. 프로야구는 물론 김연아 손연재도 선수 시절 책자 형태의 화보집을 낸 적은 없다. 김응용 백인천 김성근 최동원 장효조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들의 자서전이 있을 뿐이다.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등이 ‘우승 화보집’을 펴낸 적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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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공교롭게 김원중이 자서전을 출간한 즈음 12연패에 빠졌다. 연패 중인 롯데 선수단이 경기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반응은 뜨겁다. 롯데 팬들 특히 2030 여성 팬들이 줄을 선다. 대박 조짐이다. 문제는 시기다. 현역 선수란 점은 세상이 변했으니 이해하고 넘어간다고 치자. 시즌 중이란 점과 롯데가 놓인 상황이 논란이다. 롯데는 이번 시즌 1992년 이후 33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성적도 시즌 내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구단 안팎에선 대권을 노려볼 만한 적기라 판단하고 있다. 우승에 한이 맺힌 부산 롯데 팬들은 애가 탄다.
공교롭게 김원중이 화보집을 낸 이후 롯데는 심한 부침을 겪고 있다. 최악의 12연패 구렁텅이에 빠졌다가 간신히 탈출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낙관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결국 팬들의 원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승한 다음에 할 일이지 뭐가 급하다고 시즌 중에 화보집이라니 기가 차다", "이래서 롯데가 안된다"고 비수를 날린다. 반대로 "역시 김원중 멋지다", "책을 보고 김원중이 더 좋아졌다"고 응원하는 팬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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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는 2011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 가운데 처음으로 우승 화보집을 펴냈다. /삼성 라이온즈 |
단순히 생각하면 선수 화보집 하나가 팀 성적에 뭔 영향이 있을까 싶다. 실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야구인들도 있다. 팀당 144경기의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프로야구는 변수가 많다. 실력은 종이 한 장 차다. 우승으로 가는데 가장 중요한 열쇠는 팀 분위기다. 전문가들의 시즌 전 예상이 빗나가는 것도 이 ‘덕아웃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물결이 큰 파문을 일으키곤 한다. 중요한 대목으로 갈수록 ‘팀 퍼스트’를 외친다. 김원중의 시즌 중 화보집 출간은 좋든 나쁘든 팀 분위기에 동요를 일으킨 건 분명하다.
파급력도 대단할 조짐이다. 제2, 제3의 김원중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저기서 선수 자서전이 쏟아져 나올 판이다. 구단은 신중하다. 팬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인 만큼 무턱대고 막을 수도 없다. 선수들 간 이질감 내지 소외감을 걱정하면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감독은 더욱 냉가슴이다. 참견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팀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바랄 뿐이다. 김원중의 생뚱맞은 자서전 발간이 놀랍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