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트우드, 사랑받는 '언더독'에서 진정한 '챔피언'으로 [박호윤의 IN&OUT]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1,426 조회
- 목록
본문
희망과 좌절의 서사...결론은 해피엔딩
164경기만에 첫 승, 전세계 스포츠스타들 환호와 격려 줄이어
최고의 흥행카드 부상
![]() |
토미 플리트우드가 투어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앞에 놓고 포즈를 취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AP.뉴시스 |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토미 플리트우드(34·잉글랜드)가 지난 수년 간 써내려 오던 ‘희망과 좌절의 서사’ 마지막 장은 결국 해피엔딩이었다. 그 아름다운 결말은 163번의 실패를 딛고서야 가능했기에 전 세계 골프계에 더욱 큰 감동과 울림을 선사했다.
플리트우드는 지난 25일(한국시간)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레이크골프장에서 끝난 올시즌 PGA투어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총상금 4천만달러)에서 최종라운드 2언더파, 합계 18언더파 262타를 기록함으로써 패트릭 캔틀레이와 러셀 헨리를 3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PGA투어 데뷔 8년, 164개 대회만의 첫 승이다. 더구나 그 첫 우승 트로피가 시즌 최종 챔피언을 가리는 페덱스컵 타이틀이고, 상금은 역사상 단일 대회 최고액인 1천만달러(약 140억원)다. ‘무관의 제왕’, ‘무관의 최강자’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에서 ’무관’을 떼어 내는 과정이 이보다 더 드라마틱할 수 있을까 싶다.
이스트레이크 18번홀을 에워 싼 수많은 갤러리들은 물론, TV 등을 통해 이 광경을 지켜 본 전세계 골프 팬들은 우승 직후 그가 보여 준 환한 미소에 다시 한번 환호했다. 치렁치렁한 헤어 스타일에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기회가 눈앞에 닥쳐왔건, 모래성 처럼 허무하게 사라졌건 상관없이 항시 무표정하고 진지하기만 했던 그도 해맑은 천사의 미소를 지니고 있고 하늘을 우러러 두 손 치켜 들며 포효할 줄도 아는 선수였음을 만천하에 공표했다.
![]() |
플리트우드가 우승을 확정짓는 파 퍼팅을 성공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AP.뉴시스 |
그가 이렇게 극적인 엔딩 스토리를 완성하자 전세계 내로라하는 특급 스타플레이어들이 기다렸다는 듯, 찬사와 격려의 말을 쏟아냈다. 이전 다른 어떤 선수가 우승했을 때와는 비교 조차 할 수가 없을 정도다. 타이거 우즈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당신의 여정은 노력, 회복력 그리고 열정이 결국 보상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 누구보다 자격이 있다"며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올림픽 수영 영웅 마이클 펠프스도 인스타그램에 "가자, 토미!, 축하해!!"라는 메시지를 남겼고 WNBA 스타 케이틀린 클라크는 "오늘은 플리트우드의 날이 될거야"라는 글을 올린 뒤 우승이 확정되자 "정말 멋지다. 스포츠는 최고!"라는 글을 올렸다. 경기 내내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게시물을 업로드 하던 LA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는 "장하다 토미!!!!", "이게 바로 스포츠의 진정한 매력. 끝까지 싸워서 해냈다!"라고 환호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 페덱스 세인트주드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잉글랜드 동료 저스틴 로즈는 현장에서 끝까지 기다렸다 직접 포옹하며 축하했고 그의 라이더컵 동료인 셰인 로리는 "계속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더 강해졌다. 진짜 챔피언"이라며 감격해 했다.
![]() |
플리트우드가 가장 어려운 홀인 15번홀(파3)에서 무사히 온그린에 성공한 뒤 그린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AP.뉴시스 |
그렇다면 플리트우드의 우승이 이렇듯 유난히 감동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유는 왜일까.
그는 6회에 걸친 준우승, 30번의 톱5, 44번의 톱10 등 수없이 많은 아쉬운 순간을 이겨내고 오랜 기다림 끝에 첫 승을 올림으로써 감동이 배가됐겠지만, 실패와 좌절의 순간 그가 보여주었던 ‘회복력’과 ‘긍정적 태도’가 팬과 동료들에게 깊은 존경과 울림을 줬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우승 후 "누구나 회복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걸 증명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말하고 "몇 번이고 좌절을 었지만 다시 올라서야 했고 많은 실패를 해도 다시 기회를 만들고 의심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매번 실패를 발판 삼아 더 강해졌고 "Process over prizes(과정이 우선)이라는 철학으로 버텼다고 말한다.
이번 우승은 단순히 한 골퍼의 승리가 아니라 다양한 종목의 슈퍼스타들이 SNS에서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Team Tommy, #FedExCup 같은 해시태그가 글로벌 트렌드를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의 여정이 모든 스포츠 팬들에게 ‘포기하지 않는 용기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다.
![]() |
플리트우드와 그의 부인 클레어가 한 시상식에서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 둘은 23살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업무 파트너 관계로 출발해 인생의 동반자가 됐다. |
그의 소탈함과 이제는 시그니처가 된 긴 머리도 한 몫 했지만 나이 차를 극복한 그의 지고지순한 러브스토리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할 수 있겠다. 플리트우드의 아내 클레어는 무려 23살이나 연상으로 처음에는 선수와 매니저의 관계로 만났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공통된 열정과 목표가 두 사람을 가깝게 만들었고 결국 업무 파트너에서 인생의 동반자로 발전한 케이스다.
클레어에게는 이전 결혼에서 낳은 두 아들이 있고, 둘 사이에서 아들 하나를 얻어 현재 플리트우드는 세 아들의 아버지이자 친구로서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플리트우드는 "클레어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그녀 없이는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러브스토리가 아닌, 나이와 선입견을 뛰어 넘는 진정한 파트너십으로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이제 플리트우드는 ‘가장 사랑받는 언더독’에서 진정한 챔피언으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다. 그간 정상의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것이 유난히 부각된 탓에 그의 진정한 실력이 다소 과소평가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는 스코티 셰플러와 함께 플레이오프 3개 대회에서 모두 톱5 이상을 기록한 단 2명의 선수 중 하나다. 그는 이번 투어챔피언십 우승으로 세계 랭킹이 6위까지 치솟았고 상금 순위에서도 1,849만6,238달러를 기록, 올해 마스터스 우승 등 3승을 올린 로리 맥길로이를 제치고 2위 자리에 올랐다. 또한 평균타수도 69.36타로 셰플러와 맥길로이에 이어 당당 3위에 랭크돼 있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 선수의 반열에 올랐다는 게 적확한 표현이다.
플리트우드는 이제껏 자신을 짓눌러 왔던 투어 첫 승에 대한 강박에서 시원하게 벗어남으로써 앞으로는 셰플러, 맥길로이 등과 펼치는 각축이 새로운 관심거리가 될 전망이다.
![]() |
스코티 셰플러는 비록 투어챔피언십 우승에 실패했지만 시즌 5승에다 상금, 평균타수 1위 등으로 세계랭킹 1위를 굳게 지켰다. 사진은 BMW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놓고 기뻐하는 모습./AP.뉴시스, |
한편 올시즌을 내내 지배해 온 셰플러는 투어챔피언십 최종일 파3의 15번홀에서의 치명적인 티샷 실수로 사상 첫 페덱스컵 2연패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나 셰플러는 올해 메이저 2승(PGA챔피언십, 디 오픈) 포함, 모두 5승을 기록해 투어 최강자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그는 상금(2,657만9,550달러), 평균타수(68.14타), 세계랭킹 등에서 압도적 1위 자리를 지켜낸 것 외에도 지난 3월의 텍사스칠드런스 휴스턴오픈 이후 이번 투어챔피언십까지 무려 14개 대회 연속 8위 이내의 성적을 올려 1950년대 벤 호건 이후 처음으로 대기록을 달성했고 트래블러스챔피언십 4라운드부터 21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당대 최고의 선수임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