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대항전? 왜 '유로바스켓 2025'를 주목하는가 [유병철의 스포츠 렉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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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개막 유로바스켓의 색다른 관전포인트
가속화되는 세계농구의 상향평준화?
2026 NBA 올스타전 ‘팀 월드 vs 팀 USA'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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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바스켓 2025의 홍보포스터. 주요선수들이 죄다 NBA 플레이어들이다. / FIBA 홈페이지 |
[더팩트 l 유병철 전문기자] # 유럽축구선수권대회는 ‘유로’에 개최연도를 붙여 ‘UEFA 유로 0000’이라고 부릅니다. 통상 줄여서 그냥 ‘유로 0000’이라고 하죠. 미국의 스포츠인 농구의 경우 유럽선수권은 여기에 바스켓을 붙여 ‘FIBA 유로바스켓 0000’이라고 합니다. 유로바스켓 2025가 현지시간으로 지난 8월 27일 개막했습니다. 유럽대륙을 종으로 가로질러 핀란드, 라트비아, 폴란드, 키프로스 4개국에서 열리는 것과 9월 14일까지 19일간 매일 경기가 열리는 집중력 높은 일정이 인상적입니다.
확실한 것은 축구의 대륙, 유럽의 농구열기가 생각보다 뜨겁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세르비아의 슈퍼스타 니콜라 요키치는 미국팬들의 열띤 응원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는 세르비아에서 농구를 했다"고 시크하게 답했습니다. 실제로 동영상을 찾아보면 유럽의 농구장 분위기는 축구를 닮아서인지 아주 광적입니다. 그리고 최근 이 유럽농구에 대한 세계 농구팬의 관심이 커지는 이유가 제법 설득력이 있습니다.
# 유로바스켓은 이제 '미니 NBA'가 됐습니다. 말이 유럽농구이지, 비시즌에 NBA 슈퍼스타들이 각기 조국의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기 때문입니다. 니콜라 요키치(세르비아), 야니스 아데토쿤보(그리스), 루카 돈치치(슬로베니아), 게르송 야부셀레(프랑스), 산티 알다마(스페인),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라트비아), 알페렌 센군(튀르키예), 프란츠 바그너(독일)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외계인’으로 불리는 221cm의 빅터 웸반야마와 ‘에펠탑’ 루디 고베어(이상 프랑스)가 빠졌지만 그래도 올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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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바스켓 홈페이지가 요키치를 소개하고 있는 이미지. MVP라는 표현과 함께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우승후보 세르비아를 이끌고 있는 요키치는 NBA의 최근 5시즌에서 3번이나 MVP로 뽑혔다. / FIBA 홈페이지 |
# 통계를 보면 24-25시즌 NBA 30개팀의 등록선수는 총 569명이고, 이중 비미국선수는 43개국 125명(약 22%)입니다. 그리고 125명 중 절반이 넘는 63명이 유럽국적입니다. 중요한 것은 유럽선수들의 기량이 출중해 숫자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최근 7년간 NBA 최우수선수는 모두 비미국선수였고, 이중 아데토쿤보(19, 20시즌), 요키치(21, 22, 24시즌), 조엘 엠비드(23시즌, 미국 프랑스 카메룬 국적)까지 3명이 유럽 국적이었습니다. 25-26시즌은 중국의 양한센(포틀랜드) 등이 드래프트를 통해 가세해 비미국선수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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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NBA에서 충격의 트레이드로 화제를 모은 루카 돈치치(LA레이커스). 세르비아는 돈치치 원맨팀으로 불리고 있다. / FIBA 홈페이지 |
# 그래서일까요. 최근 전 세계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팀 유럽 vs 팀 USA’, ‘팀 월드 vs 팀 USA’, ‘팀 월드 vs 팀 아메리카’ 등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25시즌 NBA MVP인 세이 길저스-알렉산더(캐나다)를 비롯해 아시아, 아프리카, 호주, 남아메리카 선수들이 빠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팀 월드의 전력이 더 강하다는 측면이 부각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올시즌부터 슈퍼루키 쿠퍼 플래그(댈러스)의 가세로 미국이 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장기적인 플랜으로 전 세계 농구의 상향평준화가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아메리카 대륙과 나머지 대륙 연합팀이 맞붙는 구도를 뜻합니다. 미국의 유력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에는 이와 관련한 의견들이 많이 게시되고 있습니다. 사실 논쟁의 계기는 지난해 파리 올림픽이었습니다. 미국은 르브론 제임스, 스테판 커리, 케빈 듀란트 등 풀 전력을 가동하면서도 간신히 금메달을 땄습니다. 요키치와 보그다노비치의 세르비아에게 고전하고, 웸반야마와 고베어의 프랑스와 접전을 펼치는 등 ‘종주국 미국 천하’가 곧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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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NBA 올스타전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다. '팀 월드 vs 팀 USA' 경기가 펼쳐진다면 농구에도 이제 대륙대항전의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 NBA 홈페이지 |
# 그런데 이런 구상은 빠르면 내년 2월에 현실화될 것 같습니다. 지난 6월 미국 주요언론은 ‘노잼’으로 유명한 NBA 올스타전의 포맷이 2026년부터는 '팀 월드 vs 팀 USA'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아담 실버 NBA 커미셔너의 발언이 기폭제가 된 만큼 신빙성이 높습니다. 이미 올스타전의 전야 행사로 2년 차 이하 선수들이 겨루는 라이징스타 챌린지는 2015년부터 6년간 이 구도로 열리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3승3패로 팽팽했죠.
골프는 유럽과 미국의 대륙대항전인 라이더컵(홀수 해)이 큰 인기죠.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인터내셔널 팀이 맞붙는 프레지던츠컵(짝수해)도 있습니다. 후자는 13승1무1패로 미국의 압도적인 우세이고, 전자는 총전적은 미국(27승2무15패)이 앞서지만 최근에는 유럽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NBA 올스타전이 무대가 될 농구의 대륙대항전은 어떨까요? 농구팬이라면 이번 유로바스켓 2025를 즐기면서 예상 라인업을 미리 짜보면 한층 즐거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