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정우주와 ‘화초’ 김영우, 육성 방식부터 다른 한화와 LG [김대호의 야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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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예비 맞수'의 신인 투수 육성 방식 상이
한화 정우주는 '자력', LG 김영우는 '보살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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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정우주는 속구 구사 비율이 80%를 넘는다. 강력한 구위와 함께 강한 멘탈이 돋보인다. /뉴시스 |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2025시즌 KBO리그는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두 팀 간의 한국시리즈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어딘가 투박하고 촌스럽고 순수함이 묻어나는 한화와 세련되고 빈틈없고 노련한 LG. 이미지부터 너무나 다른 두 팀의 승부를 그려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정우주(18)와 김영우(20)는 한화와 LG가 ‘10년 미래’를 내다보고 심혈을 기울여 육성하고 있는 자산이다. 정우주는 지난해 1라운드 2번, 김영우는 1라운드 10번에 각각 한화와 LG에 지명된 오른손 정통파 투수다. 둘 다 150km를 웃도는 빠른 공을 던진다. 둘은 시즌 초부터 1군 무대에서 활약하며 맹수로 커가고 있다. 이번 시즌 포스트시즌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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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영우는 볼끝이 무겁다는 평을 듣는다. 커브 등 변화구의 완성도도 높다. /뉴시스 |
다만 그 과정은 사뭇 다르다. 정우주가 아스팔트 사이에서 피어나는 ‘들꽃’이라면 김영우는 온실 속에서 자태를 뽐내는 ‘화초’와 닮았다. 정우주는 경기 상황에 상관없이 등판한다. 어떤 때는 엄청 두들겨 맞는데도 그냥 놔둔다. 3이닝을 던진 적도 있다. 연투도 불사한다. 2군에도 내려갔다 왔다. 김영우는 철저하게 관리를 받는다. 좋은 환경(크게 앞서 있거나 뒤에 마무리 투수가 대기하고 있을 때)에서만 마운드에 오른다. 연투는 없다. 붙박이 1군 멤버다.
승부 패턴도 판이하다. 정우주는 칠 테면 치라고 속구를 꽂아 넣는 스타일이다. 김영우는 변화구 구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투구폼에 있어서도 정우주가 부드럽고 간결한 동작인 반면 김영우는 이중 키킹에 긴 익스텐션을 가져간다. 속구 평균 구속에선 152.8km인 김영우가 151.1km인 정우주를 앞선다. 정우주가 스스로 헤쳐 나가는 능력을 배우고 있다면, 김영우는 잘 설계된 시스템에 따라 한 단계씩 올라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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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경문 감독은 선수 시절 수많은 난관을 이겨내고 명장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그 만큼 선수 육성에서도 과정을 중요시 한다. /뉴시스 |
이는 확연히 다른 두 팀 감독의 성향과도 관계가 깊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그야말로 ‘잡초’ 같은 야구 인생을 살았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인천, 대구, 부산, 공주 등 전국 각지를 옮겨 다녔다. 뒤늦게 지도자로 꽃을 피웠지만 인생 자체가 한 편의 ‘역전 드라마’다. 염경엽 감독은 광주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움 없이 성장했다. 다만 프로에 입단한 뒤 부침을 많이 겪은 탓인지 육성에 분명한 소신을 갖고 있다. 김경문 감독이 실패와 시행착오도 성공으로 가는 과정으로 보는 반면 염경엽 감독은 거듭된 성공 체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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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염경엽 감독은 철저한 관리 시스템에 따라 유망주를 육성한다. 그래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여긴다. /뉴시스 |
둘의 프로 첫 등판을 돌이켜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우주는 3월23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3-4로 뒤진 8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승부처에 등판한 것이다. 배포를 엿봤다. 김영우는 3월29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14-4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피안타 무실점으로 던졌다. 배려가 우선이었다.
정우주는 신일고 2학년 때 스스로 다른 환경을 찾아 전주고로 전학했다. 김영우는 서울고 3학년 때 팔꿈치 수술을 받아 1년 유급했다. 사정은 다르지만 아픔을 겪었다. 둘이 어떻게 커 가는지 지켜보자. 한화와 LG의 육성 시스템을 비교하면서. 물론 둘 다 한국야구를 짊어질 대들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