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한일전' 출전 이예원·박현경·박지영·김수지, '반전' 기대 [박호윤의 IN&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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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메이저 JLPGA챔피언십에 이례적 4명 도전장
LPGA투어 한일 경쟁 열세, 만회하겠다 각오
신지애 등 역대 5차례 우승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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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시 귀국한 윤이나가 삼다수 마스터즈 대회에서 아이언 샷을 하는 모습./KLPGA |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요즘 LPGA투어를 바라보는 국내 팬들의 주된 시선은 ‘한일전’이다. ‘가위바위보도 한일전은 이겨야 한다’는 농담조의 말이 있듯, 일본도 못지 않겠지만 우리네의 감정은 유난하다. 그래서인지 필자도 매주 우승자에 대한 궁금함과 함께 톱10에 양국 선수들이 각각 몇 명인지 세어보게 된다.
올시즌 들어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가 된 이 같은 현상은 그간 세계를 호령하던 한국여자골프가 2020년 즈음부터 내리막을 걷고 있는 반면, 일본은 반대로 소위 ‘다이아몬드 세대’등으로 일컬어지는 신진급 선수들 기량이 급성장한데서 기인한다 할 수 있다.
익히 알고 있듯 우리나라는 박세리의 성공에 자극받은 이른 바 ‘세리 키즈’들이 위세를 떨친 2010년 전후부터 약 10여년 간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세계 최강국이었다. 몇 시즌은 전체 대회의 절반에 가까운 우승컵이 한국 몫이었고 메이저 대회 역시 우리 선수들간 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았을 정도다.
반면 일본은 박세리의 미국 진출 이전, 오카모토 아야코(74)가 1987년 상금왕에 오르는등 일찌감치 LPGA투어에서 걸출한 활약을 펼친 바 있고, 현 JLPGA회장인 고바야시 히로미(62)도 5승을 기록하는 등 한국 보다 앞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지만 후대에 미친 영향은 박세리의 그것에는 비견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일본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미야자토 아이(40)의 출현은 경우가 달랐다. 미야자토는 아마 신분이던 고교 3학년 시절, JLPGA투어 미야기TV 던롭 레이디스토너먼트에서 우승해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프로 전향 첫 해였던 2004년에 5승, 이듬해 6승을 기록하며 일약 일본 최고의 스타로 부상한 바 있다. LPGA투어 진출을 위한 퀄리파잉스쿨을 무려 12타차 1위로 통과, 2006년 투어에 입성한 미야자토는 2010년 단숨에 5승을 몰아치며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오르는 등 통산 9승을 기록한 바 있다.
이러한 미야자토 아이에 영향을 받아 골프를 시작하고 성장한 세대가 일본의 황금세대(1998년생), 플래티넘세대(2000년생), 다이아몬드세대(2003년생)다. 우리나라의 세리키즈 처럼, 이들은 ‘미야자토 키즈’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지난 2019년 시부노 히나코가 AIG여자오픈에서 우승, 일본에 무려 42년만에 메이저 타이틀을 안기자 더더욱 자극을 받았고 그 효과가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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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투어에서 일본 돌풍의 주역인 야마시타 미유가 메이저대회인 AIG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
올시즌 LPGA투어에서 펼쳐지고 있는 한일전은 좀 섣부르다 싶긴 하지만 일본의 완승 분위기를 부인하기 힘들다. 국내 무대를 석권하고 태평양을 건넌 윤이나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았으나 결과는 턱없이 부족한 데 반해, 일본은 신인왕 경쟁을 일찌감치 끝내고 아예 올해의 선수 자리를 넘볼 태세다. 윤이나는 19경기에 출전했지만 톱10이 단 한 차례도 없고 7번이나 컷오프를 당했다. 신인왕 순위 10위이고 그 상위 10명 중 톱10을 한번도 못한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반면 신인왕 레이스 1위부터 4위까지가 모두 일본이다. 다케다 리오(블루베이LPGA), 야마시타 미유(AIG여자오픈), 이와이 치사토(리비에라 마야오픈), 이와이 아키에(포틀랜드클래식) 네 명 모두 한차례씩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야마시타 미유는 심지어 메이저 챔피언이기도 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들 4명 중에 1명이 올해 신인왕이다. 이들은 더 나아가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도 상위권을 점하고 있다. 세계랭킹 1위인 지노 티띠꾼(태국)이 호주 교포 이민지와 1위 자리 경합을 벌이고 있긴 하나 야마시타 미유와 지난해 신인왕이자 올해 첫 메이저인 쉐브론챔피언십 우승자 사이고 마오, 그리고 다케다 리오가 3~5위를 점하고 있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6위의 김효주 앞에 3명의 일본 선수가 있는 것이다. 한국 선수들의 분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11일부터 일본 이바라기현의 오아라이CC에서 ‘미니(?) 한일전’이 열릴 예정으로 있어 눈길이 간다. JLPGA투어 ‘SONY JLPGA챔피언십’이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이고 총상금이 2억엔(약 20억원)으로 어스 몬다민컵(3억엔)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대회다.
엔트리 132명 중 이미 일본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지애를 비롯한 8명(이지희, 이나리, 이효송, 이민영, 전미정, 배선우, 이하나) 외에 국내 간판급 4명이 이례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예원, 박현경, 박지영, 김수지 등 현재 KLPGA투어 최상위 선수들이다.
일본의 메이저 대회 등 규모가 있는 대회에 이따금 국내 선수들 1~2명이 다양한 경로로 출전하는 경우는 있으나 이번 처럼 굵직한 선수 4명이 한꺼번에 참가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다. 이예원은 지난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 출전해 3라운드 까지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부진해 한국의 아마추어 이효송에게 역전패한 바 있고 올해 같은 대회에 박현경이 출전해 8위를 기록했고 신지애가 우승했다.
SONY JLPGA챔피언십은 대회 요강의 11가지 참가 자격 외 마지막으로 ‘토너먼트 사업부는 JLPGA에서 특별 승인한 아시아지역 선수에게 참가 자격을 부여하되, 인원은 별도 정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번에 한국 선수 4명에게 출전 기회를 제공했다. 지난해에는 같은 조항에 따라 태국의 짠네티 완나센, 재스민 수완나푸라와 필리핀의 비앙카 파그당가난 등 3명이 출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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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원(오른쪽)과 박현경이 Sh 수협은행 MBN 여자오픈에서 그린을 보고 있는 모습./KLPGA |
이예원을 비롯한 출전 선수 4명은 전원 국내 최고의 선수들. 투어 4년차인 이예원은 올해도 벌써 3승(두산건설 위브챔피언십, NH투자증권레이디스, 두산매치플레이)을 기록 중으로 상금, 포인트 각 3위에 올라 있다. 2022년 신인왕이고 2023년부터 최근 3년간 매년 3승씩을 기록하는 꾸준함을 과시하고 있는데다 위에서 언급한 바, 지난해 살롱파스컵에서 우승 직전까지 갔던 이력을 감안하면 기대가 모아진다.
투어 11년차 박지영은 비록 올시즌 우승은 없지만 2023, 24년 2년 연속 3승씩을기록하는 등 투어 10승(메이저 2승)에 빛나는 베테랑이라 노련미가 돋보인다 할 수 있다.
박현경과 김수지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박현경은 올시즌 E1채리티에서 우승했을 뿐 아니라 2020년을 시작으로 22년을 제외하곤 매년 1승 이상을 기록 중이고 특히 지난해에는 3승을 올리며 상금, 대상포인트 각 2위를 마크한 바 있다. 퉁산 8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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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박지영이 그린을 파악하고 있는 모습. 박지영은 국내 투어 10승을 기록하고 있다. /KLPGA |
김수지는 자신이 기록한 6승 중 3승이 메이저 대회일 만큼 큰 경기에 강하고 특히 하반기라 할 수 있는 9월 이후에 여섯 차례 모두 정상에 올라 색다른 기대를 갖게 한다.
올해 JLPGA투어는 모두 23개 대회를 소화한 8월말 현재 사쿠마 슈리(23)가 혼자 3승(KKT컵 반테린여자오픈, 브릿지스톤여자오픈, 어스 몬다민컵)을 기록해 대상포인트, 상금 각 1위를 질주하고 있으며 나머지 20개 대회는 모두 서로 다른 우승자가 탄생하는 난전이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롤렉스랭킹으로 비교해 보면 출전 선수 중 이예원이 42위로 가장 높고 올시즌 일본투어에서 1승씩을 올린 고이와이 사쿠라(57위), 가와모토 유이(62위)가 뒤를 잇고 있다. 박지영(63위), 박현경(65위), 김수지(71위)는 사쿠라 슈리(67위)와 난형난제다.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SONY JLPGA챔피언십은 홈 코스에다 참가 선수가 훨씬 많은 일본이 유리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겠으나 한국의 최고 선수 4명이 출전한 만큼 선전을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한국은 지난 2002년 구옥희를 필두로 신현주(2008년), 이보미(2013년), 이지희(2017년), 신지애(2018년) 등 모두 5명이 이 대회에서 우승한 나쁘지 않은 인연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