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리? 탁구 ‘올림픽 복식 배틀’ 집중 분석 [유병철의 스포츠 렉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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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복식 비중 60% 초과
한국은 전통적 복식강국
최강 중국 등 각국의 복식전쟁 치열
| 한국 탁구는 복식에 강하다. 간판스타 신유빈도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임종훈과 함께 혼합복식 동메달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전지희와 짝을 이뤄 금메달을 각각 땄다. / 뉴시스 |
[더팩트 l 유병철 전문기자] # 하계 올림픽의 3대 라켓 종목은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입니다(모두 영국이 종주국). 테니스와 탁구는 1988년 서울 대회에서, 배드민턴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각각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습니다(테니스는 1924년 이후 복귀). 동호인들이 많은 세 종목은 올림픽의 상업화가 가속화되는 시점에 올림픽 가족이 된 것이죠.
세 종목의 금메달 숫자는 나란히 4개였습니다. 세부종목으로 남녀 단복식(2 x 2)이 치러진 겁니다. 복식의 비중이 50%였죠. 여기에 IOC의 성평등 정책으로 배드민턴은 1996년, 테니스는 2012년, 그리고 탁구는 2020년에 각각 혼합복식이 추가됐습니다. 복식의 비중이 60%가 된 겁니다. 이는 한국에 호재입니다. 테니스는 세계 정상권과 거리가 있지만 배드민턴과 탁구에서는 복식강국으로 호성적을 내왔으니까요.
# 탁구의 복식은 유독 파란만장합니다. 2008 베이징부터 2024 파리 올림픽까지 남녀복식이 남녀단체전으로 대체됐습니다. 단체전에 복식 한 경기가 포함돼 있지만, 이 사이 복식은 그 증여도가 크게 떨어져 ‘헌신발’ 신세가 됐습니다. 그런데 2028 LA 올림픽부터 탁구의 복식이 대폭 강화됐습니다. 탁구의 금메달 수가 구기종목 최다인 6개로 늘었습니다.
남녀단체전을 폐지하고 혼성단체전을 신설했고(-1), 남녀 복식이 부활해(+2) 전체 금메달이 1개 증가한 것입니다. 단식 2개(남녀), 복식 3개(남녀, 혼합), 그리고 단체전 1개(혼성)입니다. 뒤에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혼성단체전도 복식이 중요합니다. 그러니 6개의 메달 중 4개, 무려 66%로 복식의 비중이 커진 겁니다.
| 올림픽의 탁구 국가별 메달 순위 / 위키백과 |
| 지난 6일 경북 영주에서 열린 추계회장기실업탁구대회에서 해설을 하고 있는 안재형 회장(오른쪽). 안 회장은 올림픽 복식강화가 한국탁구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인 자오즈민 씨와 함께 한중 탁구스타 부부로 유명한 안 회장은 능숙한 중국어를 바탕으로 해외 정보에 밝다./한국실업탁구연맹 |
# 탁구의 ‘복식 시대’에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중요한 이슈 2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남녀 복식의 국가별 출전티켓입니다. 현재 남녀 단식은 국가별 최대 3장(명)입니다. 남녀 단체전과 혼합 복식은 1장이죠. 그렇다면 다시 부활한 남녀 복식은 어떨까요? 1장? 아니면 예전처럼 2장? 탁구는 중국파워가 워낙 거센 까닭에 이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당연히 1장으로 결정된다면 한국에는 금상첨화입니다.
최강 중국에 지더라도 은메달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중국통’으로 유명한 한국실업탁구연맹의 안재형 회장은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남녀복식도 현 혼합복식처럼 국가별 1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탁구에서 중국의 금메달 독식이 심하고, 또 IOC가 엔트리 확대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두 번째는 혼성단체전의 세부 경기방식입니다. 일단 혼성단체전 자체가 한국에 유리합니다. 세계적으로 남녀 탁구가 고르게 강한 나라는 최강 중국을 비롯, 한국 일본 독일 등 다섯 손가락 이내이기 때문입니다. 대진운에 따라 메달색이 결정되는 겁니다. 실제로 한국은 2023년부터 국제탁구연맹(ITTF)이 의욕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혼성 팀 월드컵’에서 중국에 이어 2년 연속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습니다.
혼성단체전의 세부 경기가 복식을 강화하는 것으로 결정된다면 한국은 더 유리해지는 겁니다. 올림픽 혼성단체전은 8게임(세트)을 먼저 따내는 팀이 승리하는 ‘팀 월드컵 방식’, 2단3복, 4단1복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어쨌든 복식이 결정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 영화 '코리아'가 말해주듯 탁구는 남북 스포츠교류의 상징으로 통한다. 남북 단일팀의 혼합복식이 화제를 모은 적도 있다. 2018 코리아 오픈에서 한국의 장우진과 북한의 차효심이 한 조를 이뤄 중국을 꺾고 혼합복식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사진은 준우승을 기록한 2018 인천 ITTF 그랜드 파이널스의 시상식 모습. / 더팩트DB |
# 한국 탁구는 역대 올림픽에서 총 20개의 메달을 땄습니다. 이중에 단식은 6개, 복식은 10개입니다(단체전 4개). 단식(10회)이 복식(5회)보다 2배나 많이 치러진 것을 감안하면 압도적으로 복식 메달이 많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합숙소 문화, 관계를 중시하는 ‘종특’ 등 여러 분석이 있지만 딱 떨어지는 느낌은 아닙니다.
오히려 여자 국가대표팀 석은미 감독의 최근 설명이 그럴 듯합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국 탁구는 어려서부터 단식은 물론 복식, 단체전까지 다양하게 선수들을 육성합니다. 반면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일본도 개인기량, 그러니까 단식에 집중하죠. 중국 슈퍼리그에 복식이 없기도 하죠. 이런 것이 누적되다 보니 한국선수들의 복식 적응력이 높은 것 같아요." 한국의 양궁이 강한 이유처럼, 탁구와 배드민턴의 복식 강세도 체육학자들의 좋은 연구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한국 탁구는 올림픽에서 복식과 단체전 성적이 뛰어나다. 탁구는 중국이 워낙 강해 국가별 3명이 출전하는 단식보다, 1~2팀이 출전하는 단체전과 복식에서 메달 가능성이 더 높다. / 더팩트 |
# 끝으로 당연한 얘기지만 낙관은 금물입니다.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 2위권으로 평가받는 일본, 독일 등이 이렇게 중요해진 복식을 방치할 리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1년에 치러진 도쿄 올림픽 혼합복식에서 일본에 금메달을 내준 중국은 대표팀에 혼합복식 전담코치를 신설해 2024년 파리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중국과 일본은 현재 다양한 복식조를 각종 국제대회에서 시험가동하고 있습니다. 안재형 회장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남자 에이스로 왼손잡이 왕추친을 키워내 복식에서 유리한 발판을 이미 마련했습니다. 복식에서는 왼손잡이의 존재가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남자 복식의 경우 프랑스의 르브렁 형제도 강력합니다. 한국은 복식 스페셜리스트 임종훈의 단식기량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습니다. 이래저래 향후 ‘탁구의 올림픽 복식배틀’이 제법 흥미롭습니다.
| '북한 탁구도 복식이 강하다' 화제의 사진. 2024 파리 올림픽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금, 은, 동 메달을 딴 중국-북한-한국 선수들이 한국산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는 모습. 북한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복식에서도 한국의 신유빈-전지희 조에 이어 은메달을 딴 바 있다. / 뉴시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