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과제는 ‘세대교체’가 아니라 ‘신구조화’ [김대호의 야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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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WBC 앞두고 대표팀 선발 기준 관심
신-구 조화 잘 이뤄야 좋은 성적 기대할 수 있어
| 한국야구가 내년 3월 열리는 WBC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선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성찰해 봐야 한다. 당시 한국은 20대와 30대 선수의 신-구 조화가 잘 이뤄져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 |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한국야구에서 ‘세대교체’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기 시작한 건 2021년 도쿄올림픽이 끝나고 나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2연패(2012년 런던, 2016년 리우올림픽엔 야구가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를 자신했던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메달은커녕 참가 6개국 가운데 4위에 그쳤다.
국민적 질타가 이어졌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국가대표 선발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이어 각 국의 정예 멤버가 출전한 2023년 WBC에서 한국은 설욕을 다짐했지만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호주에 충격적 패배를 당하며 1회전에서 탈락했다. 이때를 계기로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양의지 김현수 나성범 등 국가대표 터줏대감들이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여론은 ‘세대교체’로 모아졌다. 젊은 유망주를 육성해 다가올 2026년 WBC와 2028년 LA올림픽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KBO는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주축으로 한 ‘세대교체’를 실행에 옮겼다. 평균 연령 24.6세의 젊은 선수들로 재탄생한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해 11월 프리미어12에 모습을 드러냈다.
결과는 또 1회전 탈락. 복병 대만에 덜미를 잡혔다. 일본엔 프로선수가 출전하는 국제대회에서 9연패의 수모를 당했다. 올림픽과 WBC, 프리미어12 등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3회 연속 참패를 당한 한국은 ‘야구 변방’으로 전락했다.
| 한국 야구대표팀은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했지만 6개국 가운데 4위의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이때부터 '세대교체'론이 강하게 대두됐다. /뉴시스 |
KBO가 추진한 ‘세대교체’가 사실상 실패한 가운데 지난 2월 16일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는 "국가대표는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이영표가 축구 국가대표팀을 향해 던진 말을 차용한 것이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은 이정후의 말을 받아 "2026년 WBC에선 나이를 따지지 않고 성적만으로 선수를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3년여 만에 없던 일이 된 ‘세대교체’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국내 야구 수준을 과대평가했다는 지적이다. ‘세대교체’의 전제 조건은 넓은 저변과 실력의 지속성이다. 비슷한 수준의 선수가 많이 분포돼 있어 서로 보완 작용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몇몇 선수가 부진하거나 부상해도 전력 손실이 없다.
또한 우수한 선수가 계속 배출될 때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 일본의 ‘세대교체’가 이렇게 이뤄진다. 일본은 워낙 선수층이 두터워 대회 때마다 새로운 피가 수혈되지만 성적은 항상 맨 위에 있다.
| 한국 야구대표팀은 2023항저우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 멤버를 주축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했지만 이어진 국제대회에서 참혹한 실패를 맛봤다. /뉴시스 |
한국은 어떤가. 주전 투수 한 명만 다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대체할 선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세대교체’ 조건이 안 된다. 무 비판적으로 일본을 따라 한 결과는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은 미국 마이너리그 더블A와 트리플A 사이, 일본의 1.5군 정도로 평가 받는다.
대만은 국제대회마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대거 선발한다. 한국은 대만 마이너리그 투수들에게 판판이 당한다. 한국은 무슨 자존심인지 마이너리그에서 활동 중인 선수는 대표팀에 뽑지 않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한국야구는 전성기였다. 당시 대표팀은 20대 초반의 류현진 김광현 김현수 이용규, 20대 후반의 봉중근 오승환 이대호 정근우 이진영 그리고 30대의 이승엽 김동주 진갑용 정대현이 조화를 이뤘다. 한국야구가 가야 할 길은 ‘세대교체’가 아니라 ‘신구조화’다. 해외 선수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그러려면 KBO의 열린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