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낼수록 제게 가혹해지더라고요”...한층 성숙해진 IBK 10년차 세터 김하경 “선발이건 교체건 제게 맡겨진 역할에 최선”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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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10년차의 구력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는 한 판이었다.
IBK기업은행의 10년차 세터 김하경이 ‘하드캐리’로 역전승을 이끌었다.

IBK기업은행은 22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정관장에 세트스코어 3-1(16-25 25-20 25-22 25-20) 역전승을 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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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비시즌 동안 현역 최고 리베로 임명옥을 품에 안은 IBK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준 빅토리아 댄착(우크라이나)과의 재계약, 아시아쿼터로 1m93의 좋은 신장과 공격력이 돋보이는 알리사 킨켈라(호주)까지 영입하며 좌우 쌍포의 공격력을 더했다.
남은 날개 한 자리는 이소영, 황민경, 육서영까지 골라쓸 수 있는 상황이다.
이주아와 최정민이 지키는 코트 가운데도 리그 평균 이상은 해줄 수 있다.

다만 이들을 지휘하고 조율해줄 세터 자리가 약점으로 꼽히는 IBK기업은행이다.
지난 두 시즌 간은 폰푼(태국), 천신통(중국) 등 아시아쿼터 세터들에게 코트 위 사령관을 맡겼지만, 다가올 시즌엔 10년차 김하경, 2년차 최연진, 프로에서 6년을 뛰다 실업팀 수원시청으로 갔다가 다시 프로로 복귀한 박은서까지 토종 세 명의 세터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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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IBK기업은행의 주전 세터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김호철 감독이 선발 세터로 내세운 선수는 2년차 최연진이었다.
김 감독은 “(김)하경이는 얼만큼 하는 걸 알고 있지 않나. 그리고 (박)은서는 팀에 온지 얼마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연진이가 이 팀에서 뛰고 있는데, 이제는 키워야 할 때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해봐야 한다.
이번 여수 KOVO컵을 통해 다가올 V리그에서도 주전으로 기용할 수 있을지를 시험해봐야 한다.
연습경기로는 부족하다.
이런 실전 경험을 할 수 있는게 저한테도, 연진이한테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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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연진이 이날 보여준 경기 운영이나 토스워크는 기대 이하였다.
프로 데뷔 첫 선발이라는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한 듯 했다.
공격수들에게 올리는 토스는 자신감이 떨어졌다.
자연히 IBK기업은행의 공격은 상대 수비에게 걷어올려졌다.
1세트 IBK기업은행의 공격 효율은 5%대까지 떨어졌다.
1세트를 대패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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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2세트도 최연진을 선발로 내세웠지만, 또 다시 열세에 놓였고 결국 김하경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김하경은 왜 자신이 프로에서 10년차까지 버틸 수 있었는지를 스스로 증명했다.
현역 최고 리베로 임명옥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리시브와 수비로 걷어올려진 공이라는 맛깔난 재료가 주어지자 김하경은 이주아, 최정민의 미들 블로커 라인의 외발 공격과 속공 활용을 극대화했다.
당연히 정관장 블로커들과 수비진은 큰 혼란을 겪었고, 연이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이날 이주아(15점)와 최정민(13점)이 팀내 득점 2,3위일 정도로 두 선수는 블로킹 6개 합작 외에 공격득점으로도 21점을 합쳐서 냈다.
중앙에서 이렇게 공격을 풀어주니 질래야 질 수가 없었던 IBK기업은행이었다.

경기 뒤 임명옥과 함께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김하경은 “2세트 교체 출전해서 몸이 풀려갈수록 팀원 전체가 안정적이게 변하는 게 느껴졌다.
승리해서 굉장히 기분 좋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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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트와 2세트 초반 웜업존에서 경기를 지켜본 게 큰 도움이 됐다는 김하경이다.
그는 “(최)연진이 플레이하는 걸 보면서 ‘이럴 땐 상대가 이렇게 반응하는구나’ 등을 생각하면서 지켜봤던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이게 통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배구를 했던 게 주효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중앙 활용이 유독 돋보였던 김하경이었다.
그는 “KOVO컵을 국내 선수끼리 치르게 되면서 제가 전위에 올라가면 전위에 공격수가 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V리그 때라면 외국인 선수의 큰 대포가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상대 블로킹을 찢기 위해선 중앙 활용을 많이 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세트를 거듭할수록 리시브가 너무 안정적으로 올라와서 더 자신있게 미들 블로커의 외발 공격을 활용할 수 있었어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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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에서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보여준 김하경이지만, 다음 경기에서도 시작을 벤치에서 할 것으로 보인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 뒤 “그래도 다음 경기도 (최)연진이를 먼저 선발로 쓸 것이다.
(김)하경이와도 많은 대화를 통해서 지금 상황에 대해 얘기를 했고, 하경이도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8년 아래 후배에게 선발 자리를 빼앗긴 상황이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다.
그러나 10년차가 된 김하경은 자신의 자존심보다는 팀 승리와 상황이 먼저인 나이가 됐다.
김하경은 “제가 조금 더 어렸을 때라면 ‘어, 나 오늘 잘했는데, 왜 다음 경기 선발이 아니지?’라고 생각을 했겠지만, 이제는 지금 감독님이 연진이를 선발로 쓰는 이유가 있으실거고, 연진이가 잘 하면 좋겠지만 오늘처럼 흔들릴 때는 제가 또 들어가서 경기를 풀어주는 게 감독님의 원하는 그림 아닐까요? 제 역할을 그렇게 해내다 보면 제가 선발로 들어갈 때가 올거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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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경쟁을 내려놓은 것이냐’ 묻자 김하경은 “욕심을 낼수록 제게 가혹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젠 욕심을 내기보다는 주어진 역할을 다 해내려는 것에 집중하려고 해요”라고 답했다.

IBK기업은행을 V리그 우승후보라고 꼽기 주저하는 이들의 이유가 세터인 것을 아느냐라고 묻자 김하경은 “남들이 그런 얘기를 하기 전에 제가 먼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극이 되기도 하지만 부담이 되기도 해요. 이제는 제가 정말 해내야 하는데, ‘안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도 되고요. 그래도 오늘처럼 언니들이랑 재밌게 하다보면 좋은 경기가 나올 수 있고, 저뿐만 아니라 동생들이 들어가도 좋은 경기가 나올 수 있는 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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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김호철 감독은 임명옥 영입 효과로 세터들이 편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하경에게 옆에 있는 임명옥을 가리키며 ‘언니의 영입 효과를 느꼈느냐’라고 물었다.
김하경은 “보셨죠? 백 속공은 리시브가 잘 안되면 쓰질 못해요. 그런데 오늘 제가 그걸 많이 썼잖아요. 그만큼 언니가 리시브와 수비로 뒤를 든든히 받쳐준 덕분에 가능했죠. 코트 위에서 어떻게 플레이할지, 어디로 서브를 넣어야할지 결정이 안 될땐 언니한테 물어봐요. 언니가 잘 알려주시니까 너무 좋아요”라고 답했다.
여수=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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