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욕심 내려놓은 10년차 세터 …“주어진 역할이면 다 해내려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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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업도 자처한 IBK 김하경의 헌신
KOVO컵 정관장전 최연진 흔들리자
교체 투입돼 ‘맹활약’… 승리 이끌어
8년 아래인 후배에게 선발 내줬지만
자존심보다 팀을 먼저 챙기는 ‘언니’
“후배에 밀렸다기보다 이해하는 나이”
여수=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프로 10년 차에 다시 한번 주전 세터가 될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사령탑의 의중엔 팀의 미래를 위해 2년 차 어린 유망주가 주전을 꿰차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프로 초년생이었다면 이런 상황에 크게 실망할 법도 하지만, 어느덧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인 그는 다시 운동화 끈을 조여 맨다.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다 보면 언젠가 다시 주전 세터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세터 김하경(29) 얘기다.
 
김하경은 2014년 프로 데뷔 후 오랜 기간 웜업존에 머물렀다.
그간 IBK기업은행에 김사니(은퇴), 이고은(흥국생명), 염혜선(정관장) 등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하경에게 6년 차이던 2021~2022시즌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주전 세터였던 조송화가 무단이탈 사태로 방출되면서다.
이후 두 시즌 간 주전 세터로 뛰었지만 IBK기업은행은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김하경에겐 주전을 맡아 팀 전체를 이끌 기량이나 경험이 부족했다.
결국 IBK기업은행은 2023~2024시즌과 지난 시즌에 폰푼(태국), 천신통(중국) 등 아시아쿼터 외국인 세터들에게 팀 운영을 맡겼다.
  
  다가올 2025~2026시즌의 IBK기업은행 아시아쿼터 외국인 선수는 193㎝의 신장에 공격력이 돋보이는 알리사 킨켈라(호주)다.
이는 곧 김하경을 비롯해 2년 차 최연진, 실업팀 수원시청에서 뛰다 프로로 다시 돌아온 박은서까지 세 명의 토종 세터가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세터 출신의 김호철 감독이 이들을 얼마나 잘 조련해내느냐에 IBK기업은행의 성패가 달린 셈이다.
 
지난 21일부터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개막한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이하 KOVO컵)에서 김 감독의 차기 시즌 세터 운영 밑그림을 엿볼 수 있었다.
22일 정관장과의 KOVO컵 첫 경기에서 김 감독은 최연진을 선발 세터로 내세웠다.
그는 “10년 차인 (김)하경이는 얼마나 하는지 이미 알고 있지 않나. 이제는 (최)연진이를 키워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기대와는 달리 최연진은 프로 첫 선발 출전의 부담과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크게 흔들렸다.
결국 2세트 초반 김하경으로 운전사를 바꿨다.
김하경 투입 이후 IBK기업은행의 경기력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좌우 날개 공격수들의 공격에는 타점과 파워가 실렸고, 미들 블로커 이주아, 최정민의 빠른 발을 살린 외발 공격과 속공 활용을 극대화했다.
김하경과 최연진 사이에 존재하는 8년이라는 시간의 차이가 여실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김하경의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 속에 IBK기업은행은 3-1 역전승을 거뒀다.
김하경은 “1세트를 웜업존에서 지켜보며 끊임없이 상대 반응을 살폈고,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라고 생각했어요. 2세트에 들어가 생각했던 대로 플레이했던 게 주효했죠”라고 맹활약의 비결을 밝혔다.
 
주전 세터감임을 스스로 증명했지만, 김하경은 다음 경기도 웜업존에서 시작한다.
8년 아래 후배에게 주전을 빼앗긴 상황이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다.
그러나 프로 10년 차 김하경은 본인의 자존심보다는 팀 승리를 먼저 챙기는 나이가 됐다.
김하경은 “제가 조금 더 어렸을 때라면 ‘어, 나 오늘 잘했는데, 왜 다음 경기 선발이 아니지’라며 불만이 생겼을 수도 있어요. 이젠 지금 감독님이 연진이를 선발로 쓰는 이유를 이해해요. 연진이가 흔들릴 때 제가 들어가서 경기를 풀어주는 게 감독님의 원하는 그림 아닐까요. 제 역할을 그렇게 묵묵히 해내다 보면 제게 주전 기회가 주어질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주전 경쟁을 내려놓은 것이냐’ 묻자 김하경은 “욕심을 낼수록 제게 가혹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젠 욕심을 내기보다는 주어진 역할을 해내는 데 집중하려고요”라고 답했다.
 
아시아쿼터 세터에게 주전을 뺏긴 지난 두 시즌은 세터 김하경을 더 다질 수 있는 시간이 됐다.
김하경은 “폰푼이 처음 왔을 땐 워낙 세계적인 세터라 주눅도 들었어요. 시즌을 거듭할수록 폰푼의 장점을 배우려고 힘썼죠. 지난해 천신통의 장점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런 게 쌓여서 지금의 제가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빅토리아 댄착(우크라이나)과의 재계약,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현역 최고 리베로 임명옥의 존재 등으로 인해 IBK기업은행은 차기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다만 세터를 이유로 우승 후보로 평가하기 주저하는 이들도 있다.
김하경 역시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주변 얘기를 듣기 전에 저부터 먼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극도 되지만,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이젠 제가 해내야 하는데, ‘또 안 되면 어떡하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그래도 오늘처럼 언니들이랑 재밌게 배구를 하다 보면 어느새 우승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여수=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KOVO컵 정관장전 최연진 흔들리자
교체 투입돼 ‘맹활약’… 승리 이끌어
8년 아래인 후배에게 선발 내줬지만
자존심보다 팀을 먼저 챙기는 ‘언니’
“후배에 밀렸다기보다 이해하는 나이”
여수=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프로 10년 차에 다시 한번 주전 세터가 될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사령탑의 의중엔 팀의 미래를 위해 2년 차 어린 유망주가 주전을 꿰차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프로 초년생이었다면 이런 상황에 크게 실망할 법도 하지만, 어느덧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인 그는 다시 운동화 끈을 조여 맨다.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다 보면 언젠가 다시 주전 세터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세터 김하경(29) 얘기다.
김하경은 2014년 프로 데뷔 후 오랜 기간 웜업존에 머물렀다.
그간 IBK기업은행에 김사니(은퇴), 이고은(흥국생명), 염혜선(정관장) 등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하경에게 6년 차이던 2021~2022시즌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주전 세터였던 조송화가 무단이탈 사태로 방출되면서다.
이후 두 시즌 간 주전 세터로 뛰었지만 IBK기업은행은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김하경에겐 주전을 맡아 팀 전체를 이끌 기량이나 경험이 부족했다.
결국 IBK기업은행은 2023~2024시즌과 지난 시즌에 폰푼(태국), 천신통(중국) 등 아시아쿼터 외국인 세터들에게 팀 운영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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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김하경. | 
이는 곧 김하경을 비롯해 2년 차 최연진, 실업팀 수원시청에서 뛰다 프로로 다시 돌아온 박은서까지 세 명의 토종 세터가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세터 출신의 김호철 감독이 이들을 얼마나 잘 조련해내느냐에 IBK기업은행의 성패가 달린 셈이다.
지난 21일부터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개막한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이하 KOVO컵)에서 김 감독의 차기 시즌 세터 운영 밑그림을 엿볼 수 있었다.
22일 정관장과의 KOVO컵 첫 경기에서 김 감독은 최연진을 선발 세터로 내세웠다.
그는 “10년 차인 (김)하경이는 얼마나 하는지 이미 알고 있지 않나. 이제는 (최)연진이를 키워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기대와는 달리 최연진은 프로 첫 선발 출전의 부담과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크게 흔들렸다.
결국 2세트 초반 김하경으로 운전사를 바꿨다.
김하경 투입 이후 IBK기업은행의 경기력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좌우 날개 공격수들의 공격에는 타점과 파워가 실렸고, 미들 블로커 이주아, 최정민의 빠른 발을 살린 외발 공격과 속공 활용을 극대화했다.
김하경과 최연진 사이에 존재하는 8년이라는 시간의 차이가 여실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김하경의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 속에 IBK기업은행은 3-1 역전승을 거뒀다.
김하경은 “1세트를 웜업존에서 지켜보며 끊임없이 상대 반응을 살폈고,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라고 생각했어요. 2세트에 들어가 생각했던 대로 플레이했던 게 주효했죠”라고 맹활약의 비결을 밝혔다.
주전 세터감임을 스스로 증명했지만, 김하경은 다음 경기도 웜업존에서 시작한다.
8년 아래 후배에게 주전을 빼앗긴 상황이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다.
그러나 프로 10년 차 김하경은 본인의 자존심보다는 팀 승리를 먼저 챙기는 나이가 됐다.
김하경은 “제가 조금 더 어렸을 때라면 ‘어, 나 오늘 잘했는데, 왜 다음 경기 선발이 아니지’라며 불만이 생겼을 수도 있어요. 이젠 지금 감독님이 연진이를 선발로 쓰는 이유를 이해해요. 연진이가 흔들릴 때 제가 들어가서 경기를 풀어주는 게 감독님의 원하는 그림 아닐까요. 제 역할을 그렇게 묵묵히 해내다 보면 제게 주전 기회가 주어질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주전 경쟁을 내려놓은 것이냐’ 묻자 김하경은 “욕심을 낼수록 제게 가혹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젠 욕심을 내기보다는 주어진 역할을 해내는 데 집중하려고요”라고 답했다.
아시아쿼터 세터에게 주전을 뺏긴 지난 두 시즌은 세터 김하경을 더 다질 수 있는 시간이 됐다.
김하경은 “폰푼이 처음 왔을 땐 워낙 세계적인 세터라 주눅도 들었어요. 시즌을 거듭할수록 폰푼의 장점을 배우려고 힘썼죠. 지난해 천신통의 장점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런 게 쌓여서 지금의 제가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빅토리아 댄착(우크라이나)과의 재계약,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현역 최고 리베로 임명옥의 존재 등으로 인해 IBK기업은행은 차기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다만 세터를 이유로 우승 후보로 평가하기 주저하는 이들도 있다.
김하경 역시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주변 얘기를 듣기 전에 저부터 먼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극도 되지만,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이젠 제가 해내야 하는데, ‘또 안 되면 어떡하지’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그래도 오늘처럼 언니들이랑 재밌게 배구를 하다 보면 어느새 우승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여수=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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