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격대장' 황유민, 다시 쓰는 '신데렐라 스토리' [박호윤의 IN&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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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투어 52번째 한국인 챔피언, 14번째 비멤버 우승자 등극
남은 시즌은 국내무대 전념, 내년 본격 데뷔
'땅콩 신화' 재현 다짐
| 황유민이 5일 하와이 오하우섬 에바비치 호아칼레이CC에서 열린 '2025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대홍기획 |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지난 주말(10월 5일) 하와이로부터 국내 골프 팬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황유민(22·롯데)이 비멤버 신분으로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에서 당당히 우승, 한동안 끊겼던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황유민은 더욱이 마지막 4개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는 무서운 뒷심으로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김효주를 1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섰다.
소속사인 롯데가 후원하는 대회에 특별 초청 선수로 기회를 얻어 출전한 황유민은 45만 달러(6억 3천만원)에 달하는 우승 상금 외에 LPGA투어 정식 입회 자격을 취득했으며 오는 2027년까지 시드를 확보, 단숨에 ‘꿈의 무대’ 입성에 성공했다. 황유민은 아울러 올시즌 LPGA투어에서 다섯 번째 우승컵을 한국에 선사함으로써 일본세에 밀려 다소 침체 기미를 보이던 한국에 큰 활력소가 된 셈이다. 한국은 일본과 나란히 5승씩을 기록 중이다.
국가대표를 거쳐 2023년 KLPGA투어에 데뷔한 황유민은 그간 국내투어에서 2승을 기록하는 등 정상급 선수로 활약해 왔으며 특히 작은 체구(163cm)에도 불구하고 260야드를 넘나드는 비거리에다 공격적인 성향의 골프를 구사해 ‘돌격대장’이라는 애칭과 함께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일찌감치 LPGA투어 진출을 자신의 목표로 공언, 착실히 준비를 해왔고 지난해 말 퀄리파잉시리즈에 도전하려다 예기치 않은 허리 부상으로 유예한 바 있다.
올시즌 쉼없이 돌아가는 국내 투어의 빡빡한 일정에도 간간히 메이저대회 중심으로 LPGA투어에 출전해 자신의 가능성을 타진해 왔는데, 올해 퀄리파잉시리즈 최종전을 2개월 정도 남기고 롯데챔피언십에서 전격 우승, 한방에 투어 입성의 꿈을 관철했다.
| 황유민(왼쪽)이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현지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홍기획 |
이로써 황유민은 LPGA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52번째 한국선수(교포선수 제외)가 되면서 동시에 비멤버 신분으로 우승한 14번째 선수로 기록되게 됐다.
#비멤버 신분으로 LPGA투어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
1. 고우순 1994년 11월 도레이 재팬 퀸스컵**
2. 안시현 2003년 11월 CJ나인브릿지클래식*
3. 이지영 2005년 10월 CJ나인브릿지클래식*
4. 홍진주 2006년 10월 코오롱-하나은행챔피언십*
5. 신지애 2008년 8월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
6. 송보배 2009년 11월 미즈노클래식**
7. 유소연 2011년 7월 US여자오픈
8. 김효주 2014년 9월 에비앙챔피언십
9. 백규정 2014년 10월 KEB하나은행챔피언십*
10. 전인지 2015년 7월 US여자오픈
11. 안선주 2015년 11월 토토 재팬클래식**
12. 고진영 2017년 10월 KEB하나은행챔피언십*
13. 김아림 2020년 12월 US여자오픈
14. 황유민 2025년 10월 롯데챔피언십
*는 국내 개최 정규 LPGA투어
**는 LPGA-JLPGA co-sanctioned 대회
LPGA투어 정식 멤버가 되면서 투어 활동자격을 얻는 방법은 대략 5가지 정도가 있다. 우선 매해 연말 실시하는 퀄리파잉시리즈를 통해 25명에게 새로운 자격을 부여하고 연중 개최되는 2부투어(엡손투어)는 상위 15명에게 차기 시즌 투어 카드를 주는데, 1~10위는 풀시드에 준하는 자격이지만 11~15위는 조건부 시드에 가깝다. 또한 올해 신설된 LEAP제도도 있다. 이는 ‘LPGA 엘리트 아마추어 패스웨이’로 아마추어 신분의 선수가 LPGA투어가 정한 기준에 따라 20포인트를 채우면 회원이 될 수 있는 제도다. 포인트는 아마 세계랭킹 1위에 3점, LPGA 메이저대회 25위 이내 또는 일반대회 톱10 또는 주요 아마추어대회 우승 2점 등으로 20점 채우기가 만만치 않으나 올해 잉글랜드 출신의 로티 워드가 처음으로 이 제도를 통해 정식 입회한 바 있으며 자격 취득 직후 출전한 ISPS한다 스코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외에는 일본의 토토재팬클래식 처럼 LPGA투어와 공동 인증대회에 출전해 우승하거나 세계랭킹 카테고리에 따른 출전 또는 정규대회에 와일드 카드로 출전해 챔피언에 오르면 정식 입회와 함께 시드를 받게 된다.
위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역대 한국 선수 중 비멤버 신분으로 LPGA투어 정규대회에서 우승한 경우는 1994년 도레이 재팬클래식에서 우승한 고우순을 시작으로 이번에 황유민까지 모두 14명이다. 이 중 고우순과 송보배(2009년 미즈노클래식), 안선주(2015년 토토재팬클래식) 등 3명은 LPGA투어와 JLPGA투어 공동 인증 대회에서 우승한 케이스다. 이 대회는 1980년에 시작돼 그간 상기 3명 외에 신지애가 두차례(2008, 2010년), 이미향(2014년)이 한차례 정상에 선 바 있다.
| 2023년 서원밸리CC에서 열린 BMW레이디스챔피언십 출전 선수들이 포토콜에 참가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이 중 고진영(왼쪽 2번째)과 김효주, 신지애(오픈쪽 첫, 두번째)는 비멤버 신분으로 각각 LPGA투어에서 우승한 바 있다./뉴시스 |
안시현과 이지영, 홍진주, 백규정, 고진영 등 5명은 국내에서 열린 정규투어(CJ나인브릿지클래식, 코오롱-하나은행챔피언십, KEB하나은행챔피언십)를 통해 정상에 오른 경우다. 이 대회들은 공동 인증대회는 아니었으나 개최국 와일드카드로 12명씩의 출전권이 배당됐었다. 이들은 당시 받은 우승 특전으로 모두 LPGA투어에 진출했었으나 고진영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는 못했다. 반면 고진영은 승승장구해 통산 15승을 올리고 세계 랭킹 1위도 장기간 구가하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친 바 있다.
이 외 리코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신지애와 US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던 유소연, 전인지, 김아림, 그리고 에비앙챔피언십 챔피언 김효주 등은 메이저대회의 세계 랭킹 카테고리에 의해 출전권을 받은 케이스이며 이번 황유민은 스폰서 특별 초청 혜택으로 기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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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국내투어 E!채리티에 출전했을 때의 안시현. 안시현은 2003년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우승해 LPGA투어에 진출했던 '신데렐라 스토리'의 원조다./KLPGA |
최근 KLPGA투어의 상금 규모가 커지는 등 크게 활성화되면서 국내 선수들의 LPGA투어 진출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게 사실이다. 세계적 선수들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데다 경비도 많이 들고 언어나 이동 문제 등 어려움이 많아 기피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었다. 여기다 협회도 국내 투어 우선 정책을 강화해 이를 더욱 부채질한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 김상열 회장이 다시 취임하면서 투어의 글로벌화를 강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데다 이번 황유민의 쾌거가 많은 선수들의 ‘도전 정신’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LPGA투어에서나타나고 있는 일본의 강세가 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아 향후 LPGA투어 진출 붐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유민은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이 53위에서 무려 20계단 오른 33위에 랭크됐다. 본인의 선택에 따라 올시즌 LPGA투어의 잔여 대회 중 몇 개는 출전할 수 있으나 일단 남은 시즌은 국내 무대에 전념할 예정이며 철저한 준비를 거쳐 내년도에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