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구단주가 됐다' 韓 대학생이 아프리카 외딴섬 축구팀에 선물한 기적...푸른 잔디에서 뛰는 그날까지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1,390 조회
- 목록
본문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의 작은 치주물루 섬에서 뛰는 선수들은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축구를 하고 있다.
그물도 없이 파이프로 만든 골대에 슈팅을 때리고, 흙을 채운 페트병 사이를 오가며 드리블을 한다.
경기에 출전할 땐 유니폼이 없어 다른 팀에서 빌린다.
색깔을 맞춰야 하는 양말은 사치다.
맨발에 플라스틱 축구화만 신고 달리기도 한다.
1년 전 아프리카 말라위 3부 리그 구단 치주물루 유나이티드의 모습이다.
지금은 다르다.
하늘에서 선물이 뚝 떨어졌다.
한국인 청년이 등장해 구단주를 자처하며 치주물루의 환경을 바꿔놓고 있다.
동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창박골’이라는 유튜버이자 평범한 대학생 이동훈(23) 씨다.
이 씨는 지난여름 처음으로 치주물루 섬을 찾아 구단을 만났다.
선수단은 열악한 환경에도 축구를 향한 열정 하나로 흙바닥에 몸을 날렸다.
하루 꼬박 걸리는 원정길도 불평 없이 떠났고, 처음 만난 팀을 상대로 승리한 뒤엔 나라가 떠나갈 듯 기뻐했다.
이 순간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 씨는 깊은 감명을 받았고, 아무나 할 수 없는 귀한 경험을 안고 귀국했다.
| |
지난 5월 치주물루는 리그 참가비 75만 콰차(약 42만원)가 없어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이 씨는 대신 참가비를 내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 일회성 지원이 진정한 도움이 맞는지 고민했다.
결국 직접 치주물루의 구단주가 되어 자금난을 해결하고, 더 나은 환경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먼저 빌려 입어야 했던 유니폼부터 해결했다.
스포츠 디자이너 지인에게 부탁해 유니폼을 제작했다.
20페이지짜리 제안서를 들고 무작정 한국의 기업들을 찾아갔다.
그 결과 치주물루 섬 모양을 딴 특별한 유니폼과 7곳의 스폰서까지 생겼다.
넉넉한 사정은 아니나 리그 퇴출 걱정으로 밤을 지새울 날은 더이상 없다.
두 발 더 뛴다.
이 씨는 지난 8월 선수용 유니폼 50벌, 훈련용 형광 조끼와 콘, 중고 축구화 25켤레, FC안양이 기부한 중고 축구공 18개를 들고 섬을 다시 찾았다.
선수들은 아이처럼 기뻐하며 이 씨의 손을 꽉 붙잡았다.
맥팔른 마푸타 치주물루 감독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신이 우리에게 선물을 준 것 같다”며 “우리가 지금도 축구할 수 있는 건 이동훈과 한국 사람들 덕분”이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 |
이 씨는 “작년보단 훨씬 좋아졌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며 “내년엔 경기장에 잔디를 깔고 싶다.
2부리그에 승격해서 홈경기를 개최하기 위해선 잔디를 무조건 깔아야 한다.
운송부터 관리까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해내겠다.
당장 올해는 경기 중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단주가 되니 보이는 게 다르다.
한국 K리그 경기장을 찾을 때도 구단주의 시선으로 경기 외적인 것까지 집중해서 보곤 한다.
이 씨는 “그전까진 한국에서 축구장에 가면 경기를 보고 응원을 하는 것이 다였다.
이제는 모든 것을 치주물루에 대입하기 시작했다”면서 “큰 전광판에 선수 소개가 나오지 않나. 우리 선수들도 경기에 앞서서 저련 영상이 나오면 좋겠다 싶다.
또 경기장에 가면 큰 사운드에 압도된다.
현재 우리 스피커는 품질이 안 좋아서 아쉽다.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구단을 운영할지, 어떻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하게 된다”며 “치주물루 선수들이 한국 K리그에서 뛰면 어떤 수준일까라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 |
치주물루의 구단주, 유튜버, 대학생까지 직업만 3개다.
이 씨는 “이번 학기에 정말 바빠서 신청했던 18학점에서 두 과목을 빼고 12학점을 듣고 있다”고 웃은 뒤 “구단일도 해야 하고, 영상 편집도 해야 한다.
또 서울에서 일정이 많아서 이동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어떨 땐 좀 놀고 싶기도 하지만 재밌고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치주물루의 최종 목표는 선수의 해외진출이다.
네스타 아론지 구단 매니저는 “한국의 손흥민처럼, 우리도 우리 선수가 해외에서 뛰는 걸 TV로 보고싶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 변방에서 정말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꿈을 이어가는 선수들을 보면 표현하기 어려운 많은 감정이 든다”며 “유명한 팀들이 이 섬에 와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1부(슈퍼리그)에 진출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나아가 언젠가는 우리 선수가 유럽이나 K리그에 진출해서 섬의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미소 지었다.
| |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스포츠월드(www.sportsworldi.com)에 있으며, 토토힐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