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슈퍼스타' 오타니, NLCS에서 깨어날까 [황덕준의 크로스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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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다저스의 '심장' 오타니 쇼헤이가 필라델피아 2025 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 필리스와 NLDS 4경기에서 1안타에 그쳐 체면을 구겼다. 남은 포스트시즌에서 '쇼퍼스타'의 면모를 되찾을지 관심을 모은다. /AP.뉴시스

[더팩트 | LA=황덕준 재미 언론인] 10월의 '가을야구'는 잔인하다. 평범한 타구 하나, 사소한 선택 하나가 한 시즌의 땀과 피를 무위로 돌려버리고, 단 한 번의 삼진이 한 해의 기억을 결정짓는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모든 선수가 '숫자'와 '감정'의 경계 위에서 흔들린다.

지금, 그 경계의 한가운데에 선 인물이 있다. 바로 오타니 쇼헤이. 그는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의 심장이다. 타자와 투수를 오가며 야구의 물리 법칙을 다시 쓴 슈퍼맨 같은 슈퍼스타. 하지만 가을이 되자 그 천재성은 낯선 그림자를 드리웠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치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4경기에서 20타석 19타수 1안타, 삼진 9개. 타율 0.050.

이 숫자는 오타니라는 이름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통계분석가들에 따르면 그의 타구 속도는 여전히 시속 95마일(약 153km)을 넘기고, 강타 비율은 60%를 웃돈다. 하지만 야구의 결과는 '안타'라는 단어 앞에서만 냉정히 평가될 뿐이다. 필라델피아는 그를 철저히 연구했다. 상대 벤치는 좌완 투수를 잇달아 내세우며 오타니의 시야를 좁혔다. 좌완을 상대한 12타석 중 안타는 제로에 삼진은 6개나 당했다.

숫자는 잔인할 만큼 명확했다. LA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LA타임스 등 현지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오타니의 부진에 관한 질문을 받고 "스윙을 언제할 것인지, 그 순간 선택이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밥을 안 먹으니 배고프다' 같은 뻔한 답변이지만 스트라이크는 놓치고 존에서 빠져나간 볼을 쫓았다는 의미다.

정규시즌 중 28.7%였던 초구 스윙률은 40%로 높아졌다는 점도 지적됐다. 초구를 공략해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볼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존 안에 들어오는 공에는 소극적이었다. 사지가 꼬인 괴상망측한 동작으로 헛스윙하는 모습은 '오타니 맞아?'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했다.

한 박자 늦은 스윙은 야수의 글러브를 향했고, 타석마다 흔들림이 커졌다.데이터는 냉정하다. 정규시즌 내내 '볼 인존 대응 능력', 즉 스트라이크존으로 꽂히는 공에 대처하는 타격이 리그 상위권이었던 오타니는 포스트시즌 들어 존 외곽 공에 대한 헛스윙률이 20% 이상 증가했다. 타구 질은 그대로인데, 타이밍과 선택의 균형이 무너졌다.

'좋은 공은 지나치고, 나쁜 공은 건드린다'는 야구의 오래된 경고가 통계를 넘어 현실이 돼 오타니를 형편없는 타자로 보이게 만들었다. 심정적인 응원과 지지를 보낼 때야 '결과적으로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표현하겠지만, 야구의 언어로는 더 단순하다. 리듬이 깨졌다.

로버츠 감독은 또 다른 해석도 내놨다. "투수로서의 준비 과정이 타격 리듬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투타겸업의 쌍방향 선수라는 이중역할이 역설적으로 오타니의 집중력을 분산시켰다는 말인데 그 또한 상투적인 답변이다. 이중의 리듬이 정규시즌 같은 평상시엔 특별한 능력으로 보이지만, 포스트시즌 같은 초압박 환경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부담으로 바뀐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런 걸 이겨내니 '슈퍼스타'라는 거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 몫을 두배로 해내라고 10년간 7억 달러의 돈방석에 계약한 거다. 오타니가 당하는 삼진 하나는 단순한 타격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거대 계약의 상징적 흔들림'으로 읽힌다.

야구는 복원력의 스포츠다. 162경기를 치르는 동안, 선수는 수없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선다. 오타니의 데이타는 여전히 건강하다. 타구 속도, 배트 중심에 맞히는 배럴 타구 비율, 구종 반응 속도 모두 정규시즌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라고 통계전문사이트 스탯캐스트는 분석했다.

오타니의 포스트시즌 부진은 타격자세의 문제보다 타이밍 조정과 감각 회복의 영역에서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슈퍼스타의 이러한 슬럼프는 단 한차례의 결정타로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야구의 역사가 말해준다. 좌완 상대 부진도 본질적인 약점이라 보기 어렵다. 정규시즌 내내 좌완 투수 상대 타율은 0.279. 그의 홈런 55개 가운데 왼손잡이 투수의 공을 때린 게 15개다.

포스트시즌의 약한 모습은 상대의 철저한 분석과 배터리의 집요한 공략이 만들어낸 일시적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좌완 투수들이 포심 대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비율을 높이며 오타니의 스윙 궤적을 깨뜨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에게서도 오타니처럼 포스트시즌에 처지는 모습이 나타난 적이 있다.

슈퍼스타는 반등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확률과 경험은 오타니의 회복을 지지하는 쪽으로 흐른다. 타구 속도 95마일, 강타 비율 62%, 배럴 비율 22%. 이런 지표를 가진 타자가 계속 침묵할 가능성은 10%도 되지 않는다고 데이터는 알려주고 있다. 결국 남은 것은 '순간'이다. 야구는 확률의 게임이지만, 그 확률을 뒤집는 건 언제나 인간의 감정이다.

좌완의 슬라이더가 다시 안쪽으로 휘어들어오고, 오타니가 단 한 박자 빠르게 배트를 내민다면, 모든 통계는 다시 뒤집힌다. 그 한 방이 팀의 운명을, 시즌의 결말을 바꿀 것이다. 가을야구의 본질은 복귀의 드라마다. 침묵하던 타자가 터뜨리는 한 방, 그게 곧 서사다.

오타니는 지금 그 문 앞에 서 있다.데이터는 그가 아직 살아 있다고 말하고, 야구는 그가 다시 깨어날 거라고 믿는다. 이제, 그 경험과 확률의 순간이 다저스의 가을을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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