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울린 일본, 브라질에 운 한국 축구...홍명보와 모리야스 '차이' [박순규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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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파라과이 상대 10월 A매치에서 드러난 한일 축구 차이
선수보다 벤치의 전술 운영이 결과 만들어
| 한국 축구의 '리빙 레전드' 손흥민은 브라질 파라과이와 10월 A매치 2경기를 통해 A매치 최다 출장이란 기념비적 기록을 세웠지만 두 경기에서 단 하나의 슛도 하지 못하는 경기를 펼쳐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은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10일 평가전 장면./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
[더팩트 | 박순규 기자] 2025년 10월 A매치 2경기에서 한국과 일본 축구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이 브라질에 0-5로 대패하며 충격에 빠진 사이, 일본은 브라질을 상대로 3-2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사상 첫 승리(14전 만)라는 쾌거를 이뤘다.
비록 브라질이 한국전 대비 8명의 로테이션 멤버를 가동했음에도, 세계 최강을 꺾은 일본의 성과는 분명 한국 축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이 파라과이전 2-0 승리로 1승 1패를 기록했지만, 브라질전 참패와 파라과이전에서 드러난 '장점보다 많은 단점'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홍명보호의 과제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보여준다.
남미의 강호 브라질과 파라과이를 상대로 똑 같이 모의고사를 치른 두 팀의 상반된 결과는 사령탑인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과 한국의 홍명보 감독의 용병술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베스트11의 선수 기량을 비교하면 결코 한국 선수들이 뒤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모리야스 감독은 브라질전에서 0-2로 끌려가던 전반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탁월한 '대응 전략'과 '교체술'을 선보였다. 그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전술 운영 속에서, 팀이 흔들릴 때 과감한 변화를 주저하지 않았다. 전반에 두 골을 허용했음에도, 모리야스 감독은 하프타임 이후 전술적 변화를 통해 팀의 경기력을 완전히 바꿨다. 특히 후반 미나미노 다쿠미의 만회골, 나카무라 게이토의 동점골, 우에다 아야세의 역전골은 모두 교체 선수 혹은 전술 변화 이후에 터진 골이다.
| 14일 브라질과 친선경기에서 3-2 역전승을 거두고 환호하는 일본 선수들./도쿄=AP.뉴시스 |
특히 교체 투입된 이토 준야가 동점골과 역전골을 어시스트하는 활약을 펼친 것은 모리야스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음을 보여준다. 팀의 약점을 보완하고 분위기를 전환하는 교체 타이밍과 선수 선택이 완벽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의 안첼로티 감독이 일본의 후반 강한 전방 압박을 패인으로 지목했듯이, 모리야스 감독은 선수들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플레이를 주문했고, 선수들이 이를 경기장에서 완벽히 이행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스페인과 독일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실력을 입증했으며, 최근 브라질전 역전승으로 그 전술적 역량을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모리야스 감독은 일본 축구 특유의 '조직력'과 '테크닉'을 바탕으로 상대 맞춤형 '실용주의 축구'를 구사한다. 안정기에 접어든 전술적 틀을 유지하되, 필요할 때마다 과감하고 적절한 변화와 교체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유연성을 지녔다. 선수단 뎁스도 두터워 주전과 교체 멤버의 활약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반면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전 0-5 대패에서 '경직된 전술'과 '위기 대응 능력 부재'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다. 홍 감독은 브라질을 상대로 '회심의 카드'로 준비하고 있는 스리백 전술을 가동했지만, 세계적인 강팀의 빠르고 유기적인 공격에 맥없이 무너졌다. 중앙 수비수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수비를 두껍게 하려 했으나, 오히려 수비 간격이 벌어지며 브라질의 개인기와 스피드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참패가 명백해진 상황에서도 전술적 변화나 교체 카드가 늦었고, 이는 선수들이 전술적 혼란 속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살리기보다, 감독이 설정한 틀에 선수들을 맞추려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난 대목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LAFC에서 절정의 폼을 되찾아가던 한국 축구의 '리빙 레전드' 손흥민이 단 하나의 슛도 기록하지 못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파라과이전 2-0 승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추첨의 2포트 경쟁에 힘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내용적 측면에선 여전히 강점보다 약점이 더 두드러진 경기였다. 8명이 바뀐 선발진의 조합은 여전히 고장난 기계처럼 덜커덩거렸고, 손흥민은 역시 단 하나의 슛도 하지 못하고 전반전 이후 교체됐다.
브라질전에서 한계를 드러낸 스리백을 선수만 바꿔 유지했지만 적어도 4차례의 득점 기회를 파라과이에 내줬다. 만약 파라과이가 브라질과 같은 결정력을 가졌다면 스코어는 충분히 바뀔 수 있는 경기였다. 한국 축구의 장점인 빠른 역습과 공격적인 색채보다는, 여전히 공수 간격 유지와 압박 시스템 재정립이라는 근본적인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어설픈 빌드업은 오히려 역습의 빌미가 됐다.
홍명보 감독은 '원팀'을 강조하지만, 전술 운영에 있어서는 경직성을 보인다. 브라질을 상대로 '스리백'이라는 실험수를 던졌으나 실패했을 때, 이를 빠르게 수정하지 못하고 경기 전체를 내줬다. 이는 강팀을 상대할 플랜 A와 B가 명확하지 않거나, 전술적 실패를 인정하고 변화를 줄 결단력이 부족함을 시사한다. 또한, 특정 전술에 대한 고집이 공격 자원들의 강점을 희생시키고 조직력을 저해하는 '딜레마'에 빠져있음을 보여준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한국과 일본은 앞으로도 계속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월드컵 본선을 8개월 정도를 앞둔 지금, 모리야스 감독은 유연한 전술적 대처와 과감한 교체로 '역전 드라마'를 만들며 희망가를 부르고 있는 반면, 홍명보 감독은 '경직된 전술 고수'와 '느린 대응'으로 우려와 불안을 자아내고 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결국 한일 축구의 엇갈린 명암은 두 감독이 보여준 '위기 관리 능력'과 '전술적 유연성, '선수 운용 능력'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