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호 피클볼 프로' 김응권이 들려주는 그들의 세계 [유병철의 스포츠렉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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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로도 폭발적인 성장세
개인전인 투어(PPA), 단체전인 리그(MLP) 모두 인기
미국-호주 이어 아시아도 2026년 리그 출범
| 한국의 유일한 피클볼 프로선수인 김응권은 한국보다 아시아와 호주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 베트남, 홍콩, 인도에서 피클볼 인기가 아주 높다. 사진은 인도 대회에서 경기 후 팬들에게 사인해주고 있는 김응권의 모습. / 김응권 선수 제공 |
[더팩트 l 유병철 전문기자] # 피클볼은 최근 4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스포츠입니다. 특히 빌 게이츠(기업가), 르브론 제임스(농구), 톰 브래디(미식축구),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이상 배우), 브리트니 스피어스(가수) 등 셀럽들의 피클볼 사랑이 유명합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생활체육을 바탕으로 피클볼은 프로스포츠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피클볼은 실내외에서 즐길 수 있는 구멍이 있는 폴리머 공과 라켓을 이용한 스포츠입니다. 네트의 양쪽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한쪽이 규칙 위반을 할 때까지 공을 서로 칩니다. 피클볼은 1965년 미국 워싱턴주 베인브리지 아일랜드에서 어린이용 뒷마당 게임으로 발명되었습니다. 2022년에는 피클볼이 워싱턴의 공식 스포츠로 채택되었지요. 피클볼 코트의 외관과 플레이 방식은 테니스와 비슷하지만, 코트 사이즈는 복식 배드민턴 코트 규격과 비교해서 2분의 1, 또한 테니스 코트의 3분의 1도 안 됩니다.
미국에는 2개의 투어와 1개의 리그가 성행 중이고, 글로벌피클볼연맹(GPF)은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의 정식종목 채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넘어 호주, 아시아에서도 프로이벤트가 이미 시작됐습니다. 프로 피클볼의 세계는 어떨까요? <더팩트>가 대한민국 1호이자, 아직은 국내 유일의 프로 피클볼 선수인 김응권(26)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 김응권은 원래 탁구선수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정보 하나. 김응권에 따르면 ‘피클볼에서 단식은 테니스 선수 출신이, 복식은 탁구선수 출신이 보다 강점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청주고-안동대를 거친 그는 2024년까지 실업탁구 내셔널리그의 강호 서울시청에서 선수생활을 했습니다. 탁구선수로 먹고살면서 취미로 피클볼을 하다가, 2025년부터 탁구를 접고 온전한 피클볼 프로선수가 된 겁니다. "안동대 체육학과 4학년이던 2021년 실기 수업으로 피클볼을 처음 접했고, 바로 그 매력에 빠졌어요. 누구든 쉽게 배워 바로 즐길 수 있고, 경기 자체도 진행 속도가 빠르고 몰입도가 높아요. 부상위험도 타종목에 비해 훨씬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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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라코리아가 만든 김응권의 홍보 자료. '9개월 만에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 줄라코리아 제공 |
# 그래도 안정된 연봉이 있는 탁구선수 생활을 접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계기는 2024년이었습니다. 앞서 2022년 코리아오픈 남자 단식과 복식에서 우승했던 김응권은 2024년 한국에서 열린 WPC 대회에서 남자복식을 제패했습니다. 이어 같은 해 서울오픈에서 남자복식 우승, 남자단식 준우승, 혼합복식 3위의 걸출한 성적을 냈죠. 국내뿐 아니라 2024년 11월 WPC 인도대회에서 남자복식 정상을 밟았고, 12월 WPC 홍콩 대회도 남자복식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톱랭커가 된 것입니다. "마침 탁구선수로는 성장에 한계가 온 상황이었죠. 쉽지는 않겠지만 고민 끝에 2025년부터 피클볼에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 수입은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김응권은 아직 큰돈을 만지지는 못하지만 미국, 호주 및 아시아 전역을 돌며 프로생활을 할 정도는 된다고 합니다. 프로 피클볼 선수로 버는 소득은 상금, 출전료, 후원금 3가지입니다. 상금은 대회규모에 따라 달라지는데 PPA투어의 우승은 미화 3000달러~2만 달러 정도입니다. 테니스와는 달리 피클볼은 단식보다 복식의 상금이 많습니다.
크고 작은 대회들이 미국에서만 연간 40개 넘게 열리는데, 체력부담이 크지 않은 피클볼의 특성상 선수들은 한 대회에 단복식 동시출전 등으로 상금획득의 기회를 늘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상위랭커들은 대회마다 출전료가 주어지고, 지명도에 따라 용품사용료와 같은 후원료도 받습니다. 2025년 10월 현재 아시아 남자복식 1위, 혼합복식(남자) 12위, 남자단식 14위에 올라 있는 김응권은 "상금, 출전료에 줄라코리아로부터 용품사용료를 받고 있습니다. 아직 다른 인기 프로스포츠에 비하면 작은 편이지만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김응권과 파트너 잭 웡(오른쪽)의 경기모습. 이 복식조는 확고부동의 아시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체 PPA에서는 14위권이다. / 김응권 선수 제공 |
# 프로대회는 좀 복잡합니다. 일단 개인자격으로 참여하는 ‘투어’가 있고, 단체전인 ‘(팀)리그’가 있습니다. 투어는 현재 PPA와 APP 2개가 활성화돼 있습니다. 상위랭커들은 PPA에 몰려있고, 김응권도 여기 소속입니다. 리그는 MLP, 즉 ‘메이저리그 피클볼’로 2021년 출범했는데 APP와 관련이 깊습니다(APP의 바이브와 합병). 2개 티어에 총 24개의 팀이 있는데, 미국에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르브론 제임스 등 셀럽이 ‘피클볼팀을 인수했다’, ‘공동구단주가 됐다’는 게 여기서 나온 겁니다. 미국시장의 성공에 힘입어 2025년 7월 ‘PPA 아시아’(투어)가 출범했고, 2026년에는 ‘MLP 아시아’(리그)가 생긴다고 합니다. 호주의 경우 ‘PPA 호주’와 ‘ MLP 호주’가 이미 창설됐습니다. "저(김응권)는 현재 투어는 PPA 아시아에 속해 있고, 리그는 MLP 호주의 시드니 스매시 소속입니다. 내년 MLP 아시아가 런칭할 때 좋은 한국팀이 꼭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 어떻게 프로 피클볼 선수가 될까요? 김응권은 2025년 4월 PPA가 PPA 아시아를 준비하면서 12명의 아시아 선수를 뽑았는데 여기에 포함됐습니다. 쉽게 말해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PPA와 계약하면 되는 겁니다. 격투기의 UFC 방식과 같습니다. 현재 전문 피클볼선수는 남녀를 통틀어 한국에서 10명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당연히 김응권처럼 PPA와 계약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프로선수로 김응권은 올해 PPA 호주에서 2차례 남자복식 우승, PPA 아시아에서는 우승과 준우승 각 1회를 기록 중입니다. 복식파트너 웡홍킷(홍콩,일명 잭 웡)은 아시아 단식 1위이기도 합니다. "탁구후배인 추한권도 프로 피클볼선수를 준비 중이에요. 제가 1호로 잘해야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진짜 이제 시작입니다. 피클볼 진짜 재미있으니, 직접 하시고 또 많이 지켜봐주세요." 김응권은 10월 28일 잭 웡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11월 초 미국 텍사스의 파머스브랜치에서 열리는 최고 권위의 ‘피클볼세계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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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리그피클볼(MLP) 호주의 시드니 스매시 팀의 정보. 이 팀은 3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는 올시즌 김응권의 활약에 힘입어 12개팀 중 2위를 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피클볼 아시아는 2026년 출범한다. / MLP 호주 홈페이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