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암흑 속 유일한 길라잡이…정수효 가이드 러너-전맹 김초롱 선수의 동행 덕분에 제 꿈을 이뤘습니다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1,386 조회
- 목록
본문
| |
| 사진=최서진 기자 |
‘가이드 러너.’ 시각장애인 육상선수의 파트너를 의미한다.
테더로 연결해 끈을 당기고 풀며 길을 안내하고 안전을 확보한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개념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 육상 종목에선 필수다.
선수는 단 하나의 끈, 오로지 가이드 러너만을 믿고 과감하게 발을 구른다.
끈끈한 신뢰로 이어진 관계, 그 속에서 선수는 한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국내 최고의 시각장애 육상선수 김초롱과 그의 가이드 러너 정수효의 이야기다.
김초롱은 앞을 보지 못하는 1급 시각장애인(전맹)이다.
약 5년 전 선천적으로 앓았던 각막 혼탁 증세가 심해지며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이전에 잠시 했었던 시각장애인 스포츠 ‘골볼’에 다시 도전했지만,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졌다.
지인의 권유로 육상을 시작했다.
역시 쉽지 않았지만 두려움을 이겨내며 한 걸음씩 내디뎠다.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던 도중 은인이 나타났다.
주인공은 100m를 10.82초 만에 주파하는 육상선수 출신 가이드 러너 정수효다.
찰떡궁합, 한국 신기록에 이름을 아로새긴다.
처음부터 잘 맞았다.
둘은 만난 지 2개월 만에 전국장애인육상선수권대회 100m, 400m서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다.
4개월 뒤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서 또 한 번 한국 신기록을 경신하며 3관왕(100m, 200m, 400m)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시각장애인 선수-가이드 러너 국가대표로도 발탁됐다.
지난 11월 장애인체전에선 4관왕(100m, 200m, 400m, 400m릴레이)과 함께 우수파트너상까지 수상했다.
| |
| 사진=본인 제공 |
돌고 돌아 꿈을 이뤘다.
정수효는 고등학교 시절 트랙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던 육상 유망주였다.
부상과 각종 이슈가 겹치며 대학 진학을 앞두고 그만둬야 했지만 트랙 위에 두고 온 미련까지 지울 순 없었다.
대학 졸업 후 다시 달리기 시작한 시점, 지인의 권유로 김초롱의 가이드 러너가 됐다.
다시 트랙을 달릴 수 있다는 기쁨과 함께 선수 시절 막연하게 꿈꿨던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정수효는 “사실 육상에 미련이 정말 많았다”라고 솔직히 털어놓으며 “운 좋게 (김)초롱 선수를 만나 다시 트랙을 달리게 됐다.
못다 한 꿈까지 이뤘다.
모든 선수의 꿈은 국가대표가 아닌가. 나 역시 그랬다.
평생 꿈으로 남겨둬야 할 상황이었는데, 초롱 선수를 만나서 미련은 지우고 꿈은 이루는,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김초롱이 대회에서 수상할 때마다 빼놓지 않는 얘기가 있다.
“정수효 가이드 러너에게 고맙다”는 말이다.
정수효는 오히려 본인이 더 고맙다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는 “선수 시절 내 최고 기록은 100m 10.92초였다.
초롱 선수를 만나고 생활체육 대회를 혼자 나갔는데, 선수 때 기록을 깨고 10.82초를 뛰었다”며 “선수를 그만둔 지 8년이 됐는데, 이런 페이스를 낼 수 있는 게 신기하지 않나. 초롱 선수를 만나서 함께 뛰니 선수 때보다 몸이 더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 |
| 사진=본인 제공 |
날씨가 유독 좋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김초롱과 함께 훈련하던 정수효는 “날씨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김초롱은 “그래? 나는 안 보여서 모르겠네”라고 농담했다.
정수효는 흠칫하면서도 따라 웃었다.
그러곤 다짐했다.
더 좋은 눈이 돼주겠다고.
‘올림픽은 영웅이 탄생하지만, 패럴림픽은 영웅이 출전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어려운 도전이다.
함께라면 포기는 없다.
김초롱-정수효의 시선은 내년 일본에서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으로 향한다.
전맹 시각장애인 한국 최초 메달을 노린다.
그다음 플랜도 벌써 짜놨다.
2028년 LA 패럴림픽이다.
김초롱은 “인생에 목표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올해 초 목표를 잡았을 때만 하더라도 막막한 느낌이었지만, 이루고 나니 다음 목표를 세우고 싶더라. 내년에도 같이 달려줄 정수효 가이드 러너에게 감사한 마음”이라며 “2028년 패럴림픽도 꼭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수효는 “지금도 매일 훈련하고 있다”며 “초롱 선수는 정말 긍정적인 친구다.
고맙게도 ‘함께하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주 말한다.
그럴 수 있도록 좋은 파트너로서 나도 열심히 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
| 사진=본인 제공 |
가이드 러너는 시각장애인 선수에게 꼭 필요한 존재지만, 이제껏 대회 직전 단기적으로 호흡을 맞추는 게 다반사였다.
사실상 정수효가 한국 최초의 전문 가이드 러너인 셈이다.
정수효는 “가이드 러너라는 직업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보니 시각장애인 선수가 가이드 러너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며 “시각장애인 육상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가이드 러너에 대한 지원 체계가 확실해져야 한다.
또 선수에 비하면 처우가 좋지 않다 보니 장기적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똑같이 함께 달리는 선수로서 좋은 처우를 받는 날이 왔으면 한다”고 바랐다.
| |
| 사진=최서진 기자 |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스포츠월드(www.sportsworldi.com)에 있으며, 토토힐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