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세계 1위 로티 워드, 마침내 프로 데뷔...경쟁력은? [박호윤의 IN&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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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우승, 메이저대회 3위 거쳐 스코티시여자오픈에서 LPGA 데뷔전
'숨가쁜 7월', 하지만 역대 루키들과 비교 중량감은 덜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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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티 워드가 올해 아문디에비앙챔피언십에서 힘차게 티샷을 하는 모습. 워드는 공동 3위에 오르면서 LPGA투어 멤버십 카드를 받는데 성공했다./게티이미지.LPGA |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이달 중순 호주 교포 그레이스 김이 18번홀에서만 이글-버디-이글(정규 최종 홀-연장 첫 홀-연장 두번째 홀)의 만화 같은 플레이를 펼치며 아문디 에비앙챔피언십에서 극적인 우승을 했을 당시, 챔피언 못지 않은 스포트 라이트를 받은 ‘차세대 스타’ 한 명이 동시에 탄생했다. 잉글랜드 출신의 아마 세계랭킹 1위 로티 워드(21)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워드는 LPGA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아쉽게 1타차로 그레이스 김-지노 티띠꾼이 펼친 플레이오프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7언더파 64타를 몰아치며 당당 공동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워드는 이러한 걸출한 성적표로 마침내 자신이 그리던 LPGA투어 멤버십 카드를 따내는데 성공했다.
LPGA투어가 올해부터 시행중인 ‘LPGA 엘리트 아마추어 패스웨이(LPGA Elite Amateur Pathway)’ 제도의 첫 수혜자가 된 것이다. 아마추어가 LPGA투어의 정식 멤버가 되기 위해서는 정규투어에 특별 참가해 우승을 하거나 아니면 2부 투어의 연간 상위 성적을 받아야 하며 이것도 아니면 연말의 퀄리파잉시리즈를 통과하는 방법 등이 있었다.
그러나 LPGA가 이번에 아마 선수들이 아마 대회에 전념하면서도 포인트를 얻어 투어에 입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워드가 처음으로 그 관문을 통과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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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티 워드가 LPGA 엘리트 아마추어 패스웨이 제도를 통해 투어 카드를 받고 기뻐하고 있다./게티이미지.LPGA |
워드는 에비앙에서 컷오프 통과로 1점, 톱25 이내 성적으로 또 1점을 추가함으로써 필요한 20점을 모두 채웠다. 지난해 오거스타내셔널 위민스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해 LPGA투어 5대 메이저 대회 중 KPMG위민스 PGA챔피언십만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대회 출전권을 얻었던 워드는 이번 에비앙까지 총 7차례 메이저대회에 도전장을 던져 네번의 컷오프 통과와 세차례 톱25 이내 진입 등으로 7점을 땄다. 아마 세계랭킹 1위로 3점, 마크 맥코맥상 수상으로 4점을 획득하는 등 착실히 포인트를 쌓아 이번에 20점을 채우는데 성공했다.
워드가 최근 들어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에비앙 바로 앞 주에 참가했던 유러피언여자투어(LET) KPMG위민스 아이리시오픈에서 마들렌 삭스트롬(스웨덴)을 6타 차로 넉넉하게 제치고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 대회에는 세계랭킹 19위인 찰리 헐(잉글랜드) 등 투어 정상급 쟁쟁한 프로들이 즐비했으나 워드는 이들을 압도하는데 성공했다. 즉 워드는 LET의 수준급 대회와 LPGA투어 메이저 대회서 잇달아 최고의 실력을 과시하며 전세계 골프 관계자들의 주목을 한껏 받은 것이다.
워드는 폭발적 장타자는 아니지만 아이언 정확도가 좋고, 퍼팅 등 쇼트게임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기술 습득 속도가 빠른 노력형 스타일이라 골프의 본고장이면서도 이렇다 할 거물급을 배출하지 못한 잉글랜드 입장에선 새로운 유망주의 등장에 사뭇 흥분하는 분위기인 듯하다.
투어 멤버십을 수용함과 동시에 올시즌 잔여 대회 출전권과 내년 시즌 시드를 부여 받은 워드는 바로 프로 데뷔전을 갖는다. 오늘(24일) 시작되는 ISPS한다 위민스스코티시오픈이 바로 그 무대다. 주최측도 워드를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 같은 잉글랜드 간판 찰리 헐과 한 조에 편성해 확실한 대접을 하면서 흥행을 노린다. 또한 잇달아 열리는 올시즌 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AIG위민스오픈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AIG위민스오픈은 지난해 출전해 공동 10위를 기록, 올해 대회 출전권을 보장받아 기억이 남다른 대회이기도 하다.
LPGA투어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워드 소식을 여러 꼭지 다루며 새로운 스타 탄생의 기대치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워드가 프로 전향을 결심한 기사와 어떻게 LEAP 포인트 20점을 채웠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글을 올린데 이어 스코티시오픈의 주목할만한 5가지 핵심 포인트 중 첫번째로 워드의 프로 데뷔를 꼽는 기사도 게재하는 등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과연 그렇다면 워드가 강호들이 즐비한 투어 무대에서도 수준급 경쟁력을 과시할 수 있을까. 기대를 한껏 모으며 투어에 뛰어 들었던 역대 신인들과 비교할 때 더 우수하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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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고(왼쪽)와 신지애가 2023년 서원밸리컨트리클럽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둘은 LPGA투어 데뷔 직전 아마와 프로무대에서 역대급 성적을 올린 뒤 투어에 각각 입성한 바 있다./뉴시스 |
결론적으로 워드는 역대급 루키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당장 비교가 가능한 선수는 지난 2023년 투어에 뛰어든 로즈 장(미국)을 들 수 있다. 로즈 장은 아마시절 US여자아마우승(2020년)과 워드가 우승했던 오거스타내셔널 위민스아마추어선수권의 2023년 챔피언이기도 하며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를 무려 141주 연속 지켜 이 부문 기록을 가지고 있다.
로즈 장은 객관적인 평가로 보면 워드보다는 좀 더 나은 아마 성적을 기록한 셈이다. 2023년 투어 데뷔 첫 경기였던 미즈호 아메리카스오픈에서 우승하며 강력한 인상을 남겼지만 그 해 신인왕은 한국의 유해란에 내줬으며 2위도 그레이스 김이 차지한 바 있다. 지난해 파운더스컵 우승 포함 통산 2승을 기록 중이다. 올해는 8개 대회서 톱10을 한차례 기록했을 뿐 컷오프를 네 번이나 당하는 등 부진에 빠져있다.
투어에 뛰어 들기 직전, 역대급 최강의 전적을 기록해 기존 강호들을 초긴장하게 만들었던 선수는 단연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첫 손에 꼽힌다. 2014년에 데뷔한 리디아는 이제껏 메이저 3승 포함, 23승에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금메달까지 수상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이제 US여자오픈이나 KPMG위민스 PGA챔피언십 중 하나만 추가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되는 자타공인 슈퍼스타지만 데뷔 이전에도 어마어마했다.
아마 신분으로 2012, 13년 CN캐나디언오픈을 2연패했는데 이는 LPGA투어 역사상 첫 기록이고, 동시에 최연소 우승 기록(15세 4개월 2일)이기도 하다. 또한 2012년 US여자아마선수권, 호주여자아마선수권, 그리고 세계아마추어팀선수권을 제패하며 130주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구가하는 등 일일이 열거하기 숨찰 정도의 엄청난 업적을 이루고 프로로 전향한 바 있다.
루키 시즌이었던 2014년 참가한 26개 대회에서 모두 컷오프를 통과하면서 CME그룹투어챔피언십을 포함, 3승을 올리며 최연소 신인왕이자 상금 랭킹 3위에 올랐고 이듬해에는 투어챔피언십 2연패 등 5승을 올리며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함과 아울러 남녀를 통틀어 역대 최연소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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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이 2022년 아문디 에비앙챔피언십에 참가해 샷을 준비하는 모습./뉴시스 |
이밖에 신지애, 박성현 등도 차원이 다른 성적을 안고 투어에 뛰어 들어 수많은 업적을 남긴 바 있다. 2006년부터 KLPGA투어 무대를 휩쓸던 신지애는 2008년 비멤버 자격으로 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리코브리티시여자오픈과 미즈노클래식, ADT투어챔피언십 등 3승을 거머쥔 뒤 이듬해 투어에 정식 데뷔했고 루키 시즌에도 역시 3승을 추가하며 안나 노르드크비스트, 미셸 위 등 쟁쟁한 라이벌들을 제치고 신인왕에 오른 바 있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은퇴한 직후 2010년에는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박성현 역시 2016년 KLPGA투어에서 7승을 올리며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와중에 7개의 LPGA투어에 참가, 네차례 톱10을 기록하는 등의 성과로 이듬해 시드를 받았고 첫 해 막바로 상금왕, 신인왕과 동시에 올해의 선수상을 유소연과 공동 수상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신인왕, 올해의 선수상의 동시 수상은 1978년 낸시 로페즈 이후 박성현이 최초다.
지난 94년 아니카 소렌스탐 이후 지난해 까지 탄생한 30명의 신인왕(2020년 제외) 중 소렌스탐, 캐리 웹(1996년), 로레나 오초아(2003년), 청야니(2008), 신지애(2009), 유소연(2012), 리디아 고(2014), 박성현(2017), 고진영(2018) 등 30% 정도가 추후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르는 등 슈퍼스타로 활약했고 나머지도 대부분 성공적인 투어 생활을 영위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 스코티시오픈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르는 로티 워드는 역대 루키들과 비교해 볼 때 현재의 분위기와는 달리 기존 선수들에게 그리 강력한 도전자로 분류되기는 쉽지 않을 듯 보인다. 물론 2017년 신인왕 레이스에서는 박성현에 뒤져 3위에 그쳤지만 현재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장기간 구가하는 넬리 코다를 보면 미래를 함부로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