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보이’ 스승 이상헌 “금메달 준비 끝났다…남은 건 0.01초의 기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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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는 자기가 갖고 있는 실력이 나오면 절대 안 집니다.
이미 최고의 선수입니다.
”
이미 최고의 선수입니다.
”
한국 스노보드 간판 이상호(31)를 지도하는 이상헌(51) 대표팀 감독은 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감독은 이상호를 초등학생 시절부터 지켜봐 온 스승이다.
이상호와 함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거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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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AP연합뉴스 |
정해진 코스를 가장 먼저 내려가 결승선을 통과해야 한다.
본선부터는 두 명이 동시에 출발해 맞대결을 펼치는 토너먼트로 진행되는데, 워낙 빠른 속도로 내려오다보니 승패 0.01초 차이에 승패가 갈리기도 한다.
평행대회전을 더욱 짜릿하게 만드는 지점 중 하나는 “우승 후보를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감독은 “육상이나 수영은 1년의 기록으로 우승후보를 추릴 수 있지만, (우리 종목은) 어떤 전문가도 누가 우승할지를 함부로 맞출 수 없다”며 “본선에선 0.01초의 차이로 1등이 16등에게 잡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도 찰나의 순간 때문에 웃기도, 울기도 했다.
8년 전인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이상호는 0.01초 차로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설상 종목 최초의 메달이었다.
반면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0.01초 싸움에서 밀려 4강에 오르지 못했다.
경기를 예측할 순 없지만, 이상호의 선전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은 분명히 있다.
이상호는 지난달 31일 슬로베니아 로글라에서 열린 2025~2026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세계랭킹 1위 롤란트 피슈날러(이탈리아)를 0.24초 차이로 제치고 우승했다.
포토피니시까지 따지는 접전이었다.
이 감독은 “스케이트는 날이 먼저 들어와야 하지만 스노보드는 몸, 그중에서도 가장 멀리 뻗을 수 있는 손이 먼저 들어와야 한다”며 “사실 보드 자체는 상호가 늦었는데, 손가락 한마디가 앞서서 이겼다.
최대한 허리를 굽혀 간절함으로 손을 뻗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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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
직전 대회 승리가 주는 의미는 단순한 자신감만 있는게 아니다.
스노보드의 장비 세팅은 ‘밀리미터(mm) 전쟁’으로 불릴 만큼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
보드는 물론 부츠와 바인딩(부츠 결합 장치)의 유격, 플레이트의 스프링 강도까지 하나하나 세팅을 맞춰야 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보드가 움직여주는 이상적인 궁합을 찾아야만 실수는 최소화하고, 가속은 최대화할 수 있다.
이 감독은 이를 “자신의 무기를 벼려가는 과정”이라 설명한다.
이 감독은 “경기에 나서면서 최적의 세팅값을 찾아나가야 하는데,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도 성적이 나오지 않아 본인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라며 “그런데 올림픽 직전 월드컵을 보니, 보드가 나가는 속도가 다르더라”라고 말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보드의 ‘최적의 세팅값’을 찾은 것이다.
선수들의 경기력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1월 초부터 한달 가까이 체류하며 훈련했고, 최근 월드컵에서 폼이 눈에 띄게 올라왔다”며 “올림픽을 앞두고 끌어올려야 할 시점에 가장 좋은 흐름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선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앞선 선수의 주행이나 경기 진행 시간에 따라, 심지어 햇빛 방향에 따라 두 개의 기문(블루, 레드) 코스가 실시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일부 선수들은 경기마다 블루와 레드를 번갈아 타며 유리한 코스를 선점하려 하기도 한다.
다만 이상호는 본인이 처음에 탔던 코스를 바꾸지 않고 계속 타는 스타일이다.
결국 중요한건 자신의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다.
특히 보드를 눌렀다 풀어주는 본인의 리듬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이 감독은 “상대방을 의식해 조급함이 드는 순간 평소 연습의 리듬이 깨지고, 리듬이 깨지면 가속과 탄력이 깨져버린다”며 “결국 내가 연습해온 테크닉을 믿고 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은 이탈리아 리비뇨에서 올림픽을 대비한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이다.
이 감독은 “슬로프가 이번에 처음 만들어져 한번도 경험해보거나 시합을 해본 적 없는 곳이다”라며 “밖에서 봤을 땐 처음 스타트에서 약간 경사가 있지만, 아주 테크닉적인 슬로프는 아니다.
중간 정도의 난이도”라고 분석했다.
이번 올림픽엔 이상호와 함께 김상겸, 조완희, 정해림 선수도 출전한다.
김상겸도 직전 슬로베니아에서 예선 3등, 본선 5등을 기록할 만큼 좋은 폼을 보이고 있다.
다만 평행대회전은 아무리 선수가 노력해도 변수에 따라 100분의 1초로도 질 수 있는 종목. ‘하늘이 허락해줘야 결과가 나온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감독은 훈련 중간중간마다 길가의 쓰레기를 줍고 있다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평행대회전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8일 오후 5시30분에 열린다.
이상호가 우승할 경우 한국 통산 400번째 금메달이자 설상 종목 최초의 금메달이다.
이 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선수들의 성장배경을 봐달라”고 강조했다.
북미와 유럽의 전유물이었던 설상 종목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의 선수들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 자체가 드라마라는 설명이다.
“저희가 평창에서 은메달을 따던 순간, 들려오던 함성소리를 잊지 못합니다.
그때 국민들의 염원이 모여 100분의1초의 기적을 만들어낸 것을 알았습니다.
이번에도 많은 분들이 간절하게 응원해주시면, 저희도 분명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
변세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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