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다 쏟아냈다” 빙판에 드러누운 차준환, 가장 뜨거웠던 4위의 고백 [2026 밀라노]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17710417911043.jpg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미련 없이, 후회 없이 정말 다 쏟아낸 경기였습니다.


연기가 끝나자 차준환(25·서울시청)은 그대로 빙판 위에 드러누웠다.
두 다리를 쭉 뻗은 채 한동안 숨을 골랐다.
아쉬움이 스쳤지만, 이내 옅은 미소가 번졌다.
정말 다 쏟아냈다는 ‘후련함’이 묻어났다.

차준환은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81.20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92.72점을 더해 총점 273.92점. 최종 4위였다.
동메달과의 차이는 단 0.98점.

이날 차준환은 첫 쿼드러플 살코는 완벽했다.
그러나 이어진 쿼드러플 토루프에서 넘어졌다.
펜스와 부딪히는 아찔한 장면. 그 한 번의 실수가 결국 메달의 색을 갈랐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광인을 위한 발라드(Balada para un Loco)’ 선율에 맞춰 아름답게 연기를 마쳤다.

17710417914403.jpg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그는 “한 번 넘어지고 나서 페이스가 살짝 흔들렸던 것 같다.
그레도 그 순간부터 ‘이 실수도 내 일부다’라고 생각했다”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실수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래서일까. 이후 스핀과 스텝, 점프는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총점이 발표되고 4위가 확정됐다.
0.98점 차로 동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누구보다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결과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차준환은 “올림픽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계속 생각했다”며 “그런데 결국 가장 중요했던 건 내 자신에게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그 부분에서는 정말 성실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순위로 보면 당연히 아쉽다.
하지만 쇼트와 프리 모두 미련 없이 다 쏟아부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성취가 더 크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17710417917294.jpg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며 지나온 4년은 순탄하지 않았다.
맞지 않는 부츠, 반복된 부상까지.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이것만 해보자’는 오기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

차준환은 “스케이트 문제로 부상이 많이 생겼다.
그 시간 자체가 솔직히 많이 아팠다”며 “버텼다기보다 그냥 ‘이거 하나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고 소회했다.

밀라노가 어느덧 세 번째 올림픽이다.
그는 2018년 평창 15위, 2022년 베이징 5위, 그리고 밀라노 4위. 올림픽 무대에서 매번 순위를 끌어올렸다.
한국 남자 피겨 역사상 최고 순위도 다시 썼다.

17710417920607.jpg

4년 뒤 올림픽 도전에 대한 질문에는 미소를 지었다.
차준환은 “이제 경기가 끝났다.
지난 4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다.
목표를 하나씩 이뤄왔다”며 “이번 올림픽이 꼭 마지막이라고 단정하진 않는다.
다음에 정말 또 나올 수도 있는 거다”고 웃었다.
이어 “다만 지금은, 내게 숨 쉴 시간을 좀 주고 싶다”고 했다.

빙판 위에 드러누웠던 그 순간처럼, 그는 잠시 멈춰 섰다.
메달에는 닿지 않았지만, 스스로에게는 당당했다.
“다 쏟아냈다”는 그의 한마디가, 어떤 메달보다 묵직하게 울리는 이유다.
[email protected]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
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