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금 털고 완벽한 호흡… 태극낭자들 ‘감동의 드라마’ [밀라노 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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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쇼트트랙 3000m 계주 金
갈등의 골 깊었던 최민정·심석희
똘똘 뭉쳐 ‘고의 충돌 의혹’ 불식
김길리가 폭풍 스퍼트로 대역전
신구 조화 이뤄 효자종목 이름값


한국 쇼트트랙에서도 여자 3000m 계주는 ‘효자 중의 효자’ 종목으로 꼽혔다.
역대 9차례 열린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 6개와 은메달 1개를 따며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하지만 한국의 위세는 2018 평창 올림픽 우승 이후 흔들렸다.
네덜란드, 캐나다 등의 기량이 부쩍 성장하며 전력이 평준화하고, 내부 문제로 대표팀 조직력이 와해한 모습을 보이면서 2022 베이징 대회에서 네덜란드에 이 종목 왕좌를 내줬다.
2024∼2025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1~6차 대회에선 한 번도 계주에서 우승하지 못할 만큼 더 가파르게 하락세가 이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대표팀 내 한마음이 모이지 않는 것이었다.
대표팀 에이스 최민정(성남시청)은 그동안 평창 동계 올림픽 고의 충돌 의혹 피해로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은 뒤 대표팀 선배 심석희(서울시청)와 계주를 뛰면서 서로 얘기조차 나누지 않을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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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 명수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이 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민정, 김길리, 노도희, 심석희, 이소연. 밀라노=연합뉴스
그러나 2025∼2026시즌을 앞두고 대표팀은 주장 최민정의 결단으로 다시 중심을 잡고 한마음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개막을 앞둔 지난달 30일 심석희의 생일파티에 최민정이 함께해 축하해 준 모습은 그동안의 앙금을 털어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두 베테랑의 마음이 하나로 모이자 차세대 에이스 김길리(성남시청)를 중심으로 노도희(화성시청) 등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미래들도 덩달아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한마음으로 뭉치며 신구 조화까지 이뤄진 여자 대표팀의 달라진 분위기는 경기력으로 드러났다.
쇼트트랙 계주는 선수 교대 때 체격 조건이 좋은 선수가 몸이 가벼운 선수를 힘껏 밀어주는 전략이 중요하다.
키가 큰 심석희가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최민정을 제대로 밀어주며 호흡을 맞추자 여자 대표팀은 이번 시즌 월드투어 1차 대회 계주에서 우승하는 등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예열을 마쳤다.

그리고 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이번 올림픽 여자 계주 결승에서도 힘을 합쳐 8년 만에 다시 올림픽 챔피언 자리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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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최민정이 1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결승에서 역주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결승 레이스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이날 대표팀은 결승선 16바퀴를 남기고 4개 팀 중 4위로 달리다가 앞서 있던 네덜란드 선수가 넘어진 여파로 선두 그룹과 거리가 벌어졌다.
당시 최민정이 잘 버티며 넘어지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암울한 상황에서도 대표팀 선수들은 힘을 다해 추격을 펼쳐 따라붙었다.
그리고 결승선 5바퀴를 남기고 직선 주로에서 심석희가 최민정을 힘차게 밀어줬다.
탄력을 받은 최민정은 캐나다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두 선수가 힘을 합치자 역전 드라마의 발판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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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리가 18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포효하고 있다.
밀라노=뉴시스
이후 마지막 주자 김길리가 2바퀴를 남기고 선두 이탈리아마저 제치면서 극적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최민정과 심석희는 경기가 끝난 뒤 태극기를 들며 감격스러워했다.
2018 평창 대회 이후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은 심석희는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대표 선수들에겐 그 어느 때보다 각별한 순간이었다.

경기 뒤 심석희는 “힘든 과정들을 저희 선수들이 다 같이 잘 버티고 이겨내서 너무 기뻐 눈물이 흘렀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민정은 “위험한 상황이 좀 많았는데 다행히 침착하게 잘 대처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기뻐했다.

마지막 역전을 완성한 김길리는 “무조건 1등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렸다.
역전할 수 있는 길이 딱 보였다”며 금메달 순간을 떠올렸다.
밀라노=송용준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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