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박철우 감독대행이 좋은 감독 재목임을 알 수 있는 한마디 “플레이오프 1,2차전 패배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장충=남정훈 기자]좋은 감독이란 무엇일까. 전술과 전략만 잘 짠다고 좋은 감독이 될 순 없다.
카리스마든 소통 능력을 통해 팀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덴 능해도 전술이나 전략이 약하고, 급박한 상황대처가 약해도 좋은 감독은 아니다.
좋은 감독이 딱 이것이라고 정의하긴 어렵다.

1774828987324.jpg
다만 가장 나쁜 감독은 정의내리기 쉽다.
승리를 자신의 공으로, 패배를 선수 탓으로 돌리는 감독. 반대로 승리는 선수들의 공으로 돌리고, 패배를 온전히 자신의 책임으로 떠안는 감독은 좋은 감독이 될 수 있는 자질을 지녔다고 봐야한다.
선수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기본적인 스탠스를 갖췄으니까.

배구팬들은 2025~2026 V리그 중반부터 좋은 감독이 될 수 있는 재목을 지닌 한 지도자의 성장 스토리를 직접 지켜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단 재능의 총합은 리그 정상급이지만, 이를 한데 묶어내지 못한 파에스(브라질) 감독이 경질된 뒤 우리카드의 수장 역할을 맡아 극적인 봄 배구 행을 이끈 박철우 감독대행 얘기다.

17748289880148.jpg
박철우 감독대행의 봄 배구 여정이 플레이오프에서 끝났다.
가장 높은 무대에 서지 못했지만, 누구도 실패라고 할 순 없다.
전임 파에스 감독이 물려준 유산이 6승12패, 6위였다.
그런 팀을 맡은 박 대행은 자칫 안이해질 수 있는 주전들에겐 적당한 긴장감을, 향상심이 떨어질 수 있는 백업들에겐 기회가 열려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강한 동기부여를 해주며 선수단의 재능을 최대한 활용했고, 선수단을 하나로 뭉쳐냈다.
여기에 기본기를 강조하는 배구로 선수단 재능을 폭발시키며 정규리그 18경기에서 14승4패, 승률 78%, 이른바 ‘박철우 매직’을 일으키며 봄 배구 막차 티켓을 따냈다.
준플레이오프도 거침없이 뚫어냈지만, 플레이오프는 딱 한 끗이 부족했다.

17748289969652.jpg
우리카드는 2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풀 세트 접전 끝에 2-3(25-22, 25-22, 18-25, 39-41, 12-15)으로 패해 2전 전패로 탈락했다.
1차전에서도 첫 두 세트를 따낸 뒤 내리 세 세트를 내주며 역전패했던 우리카드는 이날도 1차전과 마찬가지로 ‘리버스 스윕’을 당하고 말았다.

1,2세트를 선취하며 다 이겨놓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 게 두고두고 한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차전 4세트는 세트 중후반까지 20-15로 앞서다 상대 토종 에이스 허수봉의 ‘서브쇼’에 당하며 듀스를 허용했고, 39-39까지 서로 연속 득점을 허용하지 않다가 박진우의 허무한 서브 범실에 이어 레오에게 오픈 공격을 얻어맞고 세트를 내줬다.
41-39는 V리그 포스트시즌 한 세트 최다득점 타이기록이었다.
이 치열했던 듀스를 우리카드가 잡았다면 플레이오프 승부는 3차전 천안까지 끌고 갈 수 있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17748289990128.jpg
경기 뒤 패장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박철우 대행은 “플레이오프 1,2차전 패배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자책한 뒤 “제가 좀 더 중심을 잡아주고,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만들어줬어야 했다.
선수들은 지금까지 너무 잘 싸워줬다.
좋은 선수들과 시즌을 보낼 수 있어 감사했다”라고 선수들을 감쌌다.
좋은 감독의 전형을 보여준 패장의 첫 일성이었다.

4세트 듀스 상황에 대해 묻자 박 대행은 “선수 때보다 침이 더 마르더라. 현역 땐 제가 직접 하면 되니까 편하다면, 감독 자리에 있어보니 밖에서 그저 지켜봐야하니 우리 선수들을 믿고 지켜봤다”라면서 “그래도 우리 팀이 시즌 초중반에 비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길게 끌고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17748290019257.jpg
자신의 성인배구 데뷔 팀이자 생애 첫 지도자로서 패배를 안긴 현대캐피탈에 대한 축하도 잊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통합우승 팀다웠다.
좋은 집중력을 보여줬다.
현대캐피탈은 충분히 이길 자격이 있었다”

이변이 없다면 내년 시즌 박철우 이름 석자 뒤에는 ‘대행’이라는 두 글자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감독대행으로 보여준 성과가 뛰어났다.
어떤 팀을 만들고 싶냐고 묻자 박 대행은 “사인을 해봐야 아는거죠”라고 웃은 뒤 “아직 모르겠다.
다음 일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저 인터뷰를 마치고 선수들과의 미팅 때 ‘자랑스럽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 해서 기쁘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간 마음도 힘들고, 고생도 많었던 우리 선수들이 믿고 따라와준 게 너무 감사할 뿐이다.
결과는 아쉽지만, 과정은 너무 행복했다”라고 답했다.

17748290028898.jpg
17748290036524.jpg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워준 홈팬들에게도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이날 장충체육관은 3510명이 들어차 매진됐다.
“오늘 저희 우리카드 팬 여러분께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팬들 덕분에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V리그 다른 어떤 팀의 팬들보다도 최고의 팬들이다.
선수들이 우리 팬들의 함성과 응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던 박 대행이 남긴 한 마디. “어우, 시원하네요” 그랬다.
박 대행과 우리카드의 봄 배구는 짧았지만, 누구보다 강렬했다.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하기엔 충분했던 퍼포먼스였다.
장충=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
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