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물들인 오일머니]②사우디 PIF, 스포츠 전방위 투자…‘오일 머니’로 글로벌 시장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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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오일 머니'를 앞세워 글로벌 스포츠 시장에 전방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축구를 비롯해 복싱, e스포츠, 포뮬러1, 골프 등 다양한 종목에 자금을 투입하며 '스포츠 제국'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PIF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등 세계적인 스타 영입과 대형 스포츠 이벤트 유치를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1년 출범한 LIV 골프와 지난달 8일 리야드에서 개막한 '2025 e스포츠 월드컵(EWC)'이 있다.
총상금은 약 7000만 달러(약 966억원)로, e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다.
올해 대회에는 전 세계 200여 개 팀, 2000명 이상의 선수들이 참가했으며, 홍보 대사는 호날두가 맡았다.
사우디는 2027년 IOC와 함께 e스포츠 올림픽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의 배경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주도하는 '사우디 비전 2030'이 있다.
이는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비석유 부문 수입을 6배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스포츠가 핵심 분야로 꼽힌다.
PIF는 2021년 10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했고, 2022년 12월에는 알 나스르와 호날두를 연봉 2억 유로(약 232억원)에 계약시켰다.
또한 2034년 피파(FIFA) 월드컵 개최권도 확보했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부패와 인권 유린으로 지적받아온 사우디 왕정이 스포츠를 통해 이미지를 세탁하려 한다는 '스포츠 워싱(Sports Washing)' 논란이다.
2018년에는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의혹도 제기됐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사우디의 스포츠 투자는 심각한 인권 침해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PIF는 약 9300억 달러(약 1283조 원) 규모의 세계 최대 국부펀드다.
2021년부터 골프 분야에도 집중 투자하고 있다.
총재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수장 야시르 알 루마이얀으로, 막강한 자금력과 인맥을 바탕으로 세계 스포츠계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가까운 사이이며, LIV 골프는 2022년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뉴저지 베드민스터)에서 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LIV 골프는 기존 골프계의 관행을 깨는 파격적인 운영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참가 인원은 54명이며, 대회는 4라운드가 아닌 3라운드로 진행된다.
컷 탈락이 없고, 우승자는 400만 달러, 최하위 선수도 5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선수들은 반바지 착용이 가능하며, 샷건 방식으로 모든 선수가 비슷한 시간에 경기를 마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는 없는 단체전도 운영한다.
올해 LIV 골프는 리야드, 호주 애들레이드, 홍콩, 싱가포르, 한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 대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성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수익성보다는 사우디의 막대한 자금력을 과시하는 성격이 강하다.
한 대회 총상금은 2500만 달러이며, 내년에는 3000만 달러로 증액될 전망이다.

관심도 역시 제한적이다.
지난해 9월 시카고에서 열린 LIV 골프 최종전 결승일 시청 가구 수는 8만9000가구로, 같은 시기 열린 여자 골프 대항전 솔하임컵(65만7000가구)에 크게 못 미쳤다.
LIV 골프는 경기장에서 음악을 틀고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그들만의 돈 잔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활영 SBS골프 해설위원은 "LIV 골프는 흥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출범 초기보다 인기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컷 탈락이 없어 모든 선수가 상금을 받고, 세계 랭킹 포인트도 얻을 수 없어 선수들의 동기 부여가 떨어지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3라운드와 샷건 방식으로는 장기적인 흥행이 어렵다"며 "규모가 더 큰 대회를 만들고, 경기 방식에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우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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