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했던 배구연맹, 초유의 9시간만 컵대회 취소 번복 사태…아마추어 행정에 이미지 타격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촌극’이다.

한국배구연맹은 13일 밤 12시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가 9시간 만에 재개를 발표했다.
배구연맹은 14일 오전 9시 “오늘 새벽 국제배구연맹(FIVB)으로부터 대회를 조건에 맞춰 진행할 수 있음을 승인받았다”라고 밝혔다.

FIVB는 네 가지 조건으로 승인했다.
대회가 정규리그와 관련해 어떠한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되고, 컵 대회를 위한 국제이적동의서(ITC)는 발급되지 않는다.
외국 클럽팀이나 외국인 선수는 참가할 수 없다.
세계선수권대회에 등록된 선수도 컵 대회에 뛰면 안 된다.

이에 따라 배구연맹은 긴급하게 일정을 조정하고 대회 재개를 선언했다.
초청팀인 태국의 나콘랏차시마는 출전이 불발됐다.
국내 팀으로만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이번 사태는 배구연맹의 안일한 행정에서 비롯했다.
FIVB는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후 3주 이상의 휴식기를 보낸 후 각국 리그 경기를 시작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세계선수권대회는 12일부터 28일까지 필리핀에서 진행된다.
이 때문에 10월 18일로 잡힌 V리그 남자부 개막전이 연기돼 20일 첫 경기를 치르게 됐다.
배구연맹도 원칙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문제의 소지가 있었지만 컵 대회를 강행했다.
매해 개최했고, 리그가 아닌 이벤트성 대회인 점을 강조하며 13일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의 개막전까지 소화했다.



배구연맹은 이미 지난해 같은 시기에 외국인 선수가 출전하는 컵 대회를 치른 경험이 있다.
다만 그 당시엔 세계선수권대회가 없었다.
배구연맹은 이번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섣부르게 판단했다.

사실 이 규정으로 개막 전부터 각 구단은 컵 대회 진행에 의문을 제기했다.
배구연맹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준비했는데 개막 하루 전인 12일 오후 FIVB가 외국인 선수 출전 금지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불안불안했는데 갑자기 외국인 선수가 못 뛴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다.
연맹이 조금만 더 꼼꼼하고 신중하게 FIVB와 소통하고 대회를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FIVB의 규칙을 우리가 따라야 하는 건 기본이다.
확실하게 소통하고 확인받은 뒤 시행했어야 하는데 그냥 넘어가려고 한 것 같다.
일 처리가 아쉽다”라는 의견을 냈다.

대회를 시작한 뒤 배구연맹은 봉합을 시도했으나 데드라인이던 13일 밤 12시까지 FIVB의 회신이 없었다.
결국 배구연맹은 대회 취소를 발표했는데, FIVB가 14일 새벽 입장을 내놓으면서 극적으로 재개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대회는 축소해 운영하나, 배구연맹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아마추어 행정으로 엄청난 혼란을 일으키며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배구연맹은 “계속된 번복으로 팬과 관계자분께 혼란을 일으킨 점을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대회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견해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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