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남자골프의 '불편한 진실', 3연속 '남의 잔치' 어쩌나 [박호윤의 IN&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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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오픈, 하나은행에 이어 신한동해오픈까지 외국인 우승
매경오픈 문도엽 유일한 '안방 사수'
투어 활성화가 답인데..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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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도엽이 올시즌 GS칼텍스매경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해 국내에서 열린 공동인증대회 중 유일한 한국선수 우승이다./KPGA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지난 14일 끝난 신한동해오픈에서 일본의 히가 가즈키(30)가 합계 18언더파 270타의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22년 대회 챔피언이기도 한 히가는 이 대회서만 2승째(개인통산 8승)를 올렸으며 41회째를 맞은 신한동해오픈 역사상 두 차례 우승한 유일한 외국인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신한동해오픈은 한국프로골프투어(KGT)와 JGTO(일본프로골프투어), 그리고 아시안투어 등 3개 투어 기구가 공동으로 인증하는 대회다.

이로써 올시즌 국내에서 열린 2개 또는 3개 투어 공동 인증대회에서 3연속으로 외국 선수가 트로피를 가져가는 불편한 상황이 거듭 연출된 셈이다. 지난 5월의 코오롱 제67회한국오픈에서는 태국의 사돔 깨우깐자나가 우승했으며, 6월의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는 JGTO에서 활동하고 있는 숀 노리스(남아공)가 정상에 오른데 이어 이번에 신한동해오픈까지 일본 선수에게 안방을 내준 것이다.

국내에서 열리고 있는 20개의 남자 프로골프대회 중 아시안투어, JGTO 또는 DP월드투어와 공동 인증대회로 개최되고 있는 대회는 모두 5개로 전체의 25%에 달한다. 위에 언급한 3개 대회 외에 5월에 열린 GS칼텍스매경오픈(아시안투어와 공동주관)과 다음 달 개최 예정인 제네시스챔피언십(DP월드와 공동주관) 등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권위있는 대회이거나 상금이 많은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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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제67회한국오픈 챔피언인 태국의 사돔 깨우깐자나. 한국오픈 타이틀은 지난 2019년에 이어 6년만에 태국이 가져갔다./KPGA

공동 인증(Co-sanctioned)이란 하나의 대회를 2개 이상의 투어 기구가 공동으로 승인, 주관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각 투어의 공식 일정에 포함됨과 동시에 상금 및 포인트, 기록 등을 모두 인정받게 된다. 투어 간 협업으로 더 많은 국적 및 투어의 선수가 출전할 수 있어 대회의 규모와 경쟁력이 커진다. 또한 세계 6대 투어로 인정받고 있는 아시안투어 및 JGTO 등과 공동 인증대회를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대회의 세계랭킹포인트를 상향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으며 성적 여하에 따라 상위급 투어로 막바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대회가 국제 이벤트로 격상돼 관심이 높아짐으로써 갤러리가 많아지고 시청률도 올라가는 등 흥행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반면 공동 주관 투어의 시드 보유 선수들에게 일정 수의 출전권을 보장해야 하므로 국내 투어의 중, 하위권 선수들 입장에선 그리 반길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필드사이즈가 130여 명이라면 최소 60자리는 양보해야 하며, 3개 투어 공동 인증대회의 경우는 더 많은 수의 출전권을 상대에게 내 줘야 한다. 상금, TV중계, 코스 세팅 등 여러 부문에서 국제 기준을 맞춰야 하므로 스폰서의 비용 부담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투어가 크게 활성화되어 있지 못한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현재의 단독 주관대회와 공동 주관대회가 15-5로 치러지고 있는 것은 적정선으로 보여진다. ‘우리끼리 잔치’가 너무 많아도, 또 반대로 시장 상황이나 경기력에 비해 지나치게 국제화가 되는 것도 공동 인증대회의 장, 단점을 감안하면 그리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 현재의 상황에서 국내 선수들이 더 분전해서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불편하다.

가장 먼저 열리는 GS칼텍스매경오픈은 1982년에 창설돼 그간 단 한차례도 거르지 않아 올해로 44회를 개최했으며 창설 당시부터 아시안투어와 함께 했다. 초창기에는 아시안투어와의 경기력 차이로 1~8회 대회를 모두 외국 선수(재일교포 김주헌 포함)가 우승하는 등 1999년까지 18회가 열리는 동안 12명의 외국인 챔피언이 배출됐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올해까지 26회를 치르는 동안에는 두 차례만을 제외하곤 모두 국내 선수들이 정상에 서는 절대 강세를 유지해 오고 있다. 특히 2004년 마크 캘커베키아(미국)에게 우승을 내준 이후 무려 21년째 ‘안방 사수’에 성공하고 있다.

반면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오픈도 비교적 국내 선수들이 선전해왔으나 이번에 6년만에 우승컵을 또 다시 태국에 넘겨 주고 말았다. 한국오픈은 2019년 제62회 때 태국의 재즈 왓따나논드에 타이틀을 내 준 것 외에는 지난해까지 최근 13년간 국내 선수 강세를 이어 왔으나 올해 깨우깐자나에게 일격을 당했다. 2018년 첫 대회를 연 하나은행인비테이셔널은 2023년부터 한일 양국투어로 변경해 올해까지 세차례 경합을 벌였는데, 일본서 열렸던 2023년 대회에서는 양지호가 우승을 거머쥐어 JGTO 시드 2년을 받는 쾌거를 이뤘으나 국내에서 열린 지난해와 올해 대회에서는 오기소 다카시(일본)와 노리스가 각각 우승, JGTO가 우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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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이어 또 다시 신한동해오픈 정상에 오른 일본의 히가 가즈키의 티샷 모습. 신한동해오픈 사상 두번 우승한 유일한 외국인 선수다./KPGA

최근 끝난 신한동해오픈은 현존 대회 중 한국오픈과 KPGA선수권을 제외하면 가장 오래전에 창설된 대회. 매경오픈 보다 1년 빠른 1981년에 창설됐으며 오랜 기간 아시안투어와 함께 하다 2000년 이후에는 국내 단독 주관대회로 치러지기도 했다. 2016년부터 다시 아시안투어와, 그리고 2019년과 2022~2025년은 KGT, JGTO, 아시안투어 3개투어 공동 인증대회로 열리고 있다. 최근 4년간의 우승자를 보면 2023년에만 고군택이 정상에 섰을 뿐, 2022, 2025년은 히가 가즈키, 그리고 지난해는 히라타 겐세이가 우승하는 등 JGTO의 절대 강세다.

이렇듯 근래 들어 안방에서 열리는 공동 인증대회에서 국내 선수들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왜일까. 한 두가지에서 원인을 찾고 분석하기란 쉽지 않다. 국내 선수들과 아시안투어 및 JGTO 선수들의 기량을 비교할 때 1980~90년대와는 달리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우리네가 평균적으로 그들 보다 우위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그렇다고 뒤진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도 적절치 않다. 따라서 홈코스의 이점, 즉 잔디나 코스 형태, 갤러리 응원 등 여러 면에서 오히려 국내 선수들이 유리하다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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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의 숀 노리스가 하나은행인비테이셔널 마지막날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두 주먹을 불끈쥐고 있다. 노리스는 JGTO에서 활동하고 있다./KPGA

물론 기후 조건이나 골프장 환경 등 여러 면에서 아시아 지역 국가나 일본에 비해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프로 지망생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너무 비싼 그린피 탓에 제대로 된 환경에서 충분히 훈련하기가 어렵다. 프로에 입문한 이후에도 일본과 비교해 볼 때 2부투어의 경우 일본은 전 대회가 3라운드 54홀인데 비해 우리는 대부분 36홀 경기이며 그나마도 제대로 된 코스 세팅은 언감생심이고 일반 아마추어들의 라운드 조건과 비슷한 상황에서 할 수 밖에 없다. 정규투어가 열리는 골프장 중 제대로 된 드라이빙 레인지를 갖춘 곳을 찾기가 힘들고 몇몇 대회는 러프나 그린 스피드 등 여러 면에서 기준에 못미치는 상황에서 대회를 강행하기도 한다.

헌데 이런 것들은 최근에 갑자기 불거진 것이 아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래 왔던 것들이다. 단시일에 이런 환경을 바꿀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대단하게도 그간 어느 정도 국제 경쟁력을 보여줬던 것이 사실이다. 김경태, 배상문은 일본투어 상금왕을 차지한 적도 있고, 최경주는 차치하고라도 현재 PGA투어에 진출해 있는 임성재, 김시우 등이 그런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결국 침체된 투어 분위기에서 주요 원인을 찾을 수 밖에 없을 듯싶다. 5개나 공동인증 대회가 열리고 단독 대회도 10~16억원의 상금이 걸려 있기도 하다. 그러나 누구도 국내 남자투어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중 20개의 대회가 열려 투어의 구색은 갖춘 듯 하지만 스폰서가 없는 대회가 4개나 된다. 대회 당 최소 10억원은 드는데 돈 낼 스폰서는 없이 대회가 치러지고 있는 것이다. 7, 8월 꼬박 두 달은 대회가 아예 없다. 투어에 전념해야 할 선수들은 "저 대회들은 내년에도 열려야 하나? 또 열리는 게 맞나?"라고 우려한다.

‘투어가 빵빵하게 돌아가서 치열한 명승부가 펼쳐지고, 그걸 보고 희망을 품은 유망주들이 투어에 뛰어 들고, 가장 우수한 선수들은 더 큰 세상으로 진출하고, 재미를 느낀 스폰서는 또 다시 주머니를 열고…’ 투어 프로들이 꿈꾸는 세상이다.

모두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KPGA투어 주관단체는 내홍 중이다. 조금 과장하면 대회 관련 기사보다 노사간 다툼 기사가 더 많다. 자칫 기존의 스폰서들이 피곤을 느낄 수도 있다. 내부문제는 내부에서 해결하는 지혜와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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