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와 연습 경기 땐 감정 컨트롤도 잘 안 됐는데...”...이제는 IBK의 ‘최리’ 임명옥, 24일 ‘친정팀’을 무덤덤하게 상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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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많이 코트 위에 섰음에도 새 유니폼을 입고 공식전에 임할 땐 떨릴 수밖에 없었나보다.
그래도 ‘최리’(최고의 리베로)라는 별명답게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했다.
이제는 IBK기업은행의 코트 후방을 든든히 지키는 현역 최고 리베로 임명옥(39) 얘기다.
IBK기업은행은 22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열린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정관장에 세트스코어 3-1(16-25 25-20 25-22 25-20) 역전승을 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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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FA 자격을 획득했다.
임명옥은 지난 시즌에도 리시브 효율 1위(50.57%), 디그 1위(세트당 5.113개), 수비 1위(세트당 7.326개)를 휩쓸었다.
리베로가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지표는 모조리 1위를 차지한 그녀다.
2024~2025시즌에 받은 3억7000만원(연봉 3억5000만원, 옵션 2000만원)에서 큰 폭의 인상은 어려울지 몰라도 소폭 인상은 충분히 바라볼 수 있는 성적이었지만, 임명옥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
2015년부터 뛰어온 도로공사가 팀 연봉 규모를 샐러리캡(27억원)보다 3~4억원을 줄이라는 내부방침이 떨어졌고, 유일한 FA였던 임명옥에게 최소 동결 수준의 연봉 수준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임명옥은 도로공사와 총액 1억5000만원(연봉 1억원, 옵션 5000만원)의 헐값에 1년 계약을 한 후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IBK기업은행으로 둥지를 옮겨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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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내야 했다.
하던대로만 하면 여전히 현역 최고의 리베로다운 기량을 보여줄 수 있지만, 그 역시 기계가 아닌 인간이었기에 떨리는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워낙 긴장되서였을까. 1세트에는 상대가 잘 때린 서브긴 했지만, 에이스를 허용하는 임명옥 답지 않은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워낙 리시브가 뛰어나기로 정평이 났기에 이날 정관장 서버들은 임명옥을 피해 서브를 때렸다.
그것만으로도 임명옥의 가치가 드러났다.
이날 임명옥이 받은 리시브는 총 9개. 그 중 3개를 정확하게 연결했고, 1개의 에이스를 허용해 리시브 효율은 22.22%였다.
리시브는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날 팀내 최다인 24개의 디그를 걷어올리며 코트 후방을 든든히 지켜준 그녀다.
무엇보다 그녀가 코트 뒤에 있다는 것만으로 팀원들이 느끼는 심적 편안함, 이게 바로 임명옥이 가진 무형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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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긴장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매년 시즌을 준비할 때 ‘나는 항상 잘해야 해’라는 부담이 있긴 해요. 그래도 이번엔 팀을 옮기기까지 했으니 좀 더 어려운 경기였던 것 같아요. 긴장 때문에 실력이 다 나오진 않은 것 같지만, 이겼으니 됐어요. 오늘 이겼을 때 V리그 우승할 때만큼 좋았어요. 너무 좋았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팀을 옮긴다는 것은 훈련 시스템 등 모든 게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10년간 뛴 팀에서 익숙해져있던 시스템을 바꾼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고. 임명옥은 “도로공사에선 3개월가량을 볼 운동 없이 몸을 만들 시간을 주는데, 김호철 감독님은 스타일이 다르셨어요. 볼 운동을 같이 하면서 스스로 시간을 내서 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더라고요. 그래서 지난해보다 좀 더 몸이 빨리 올라온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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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은 24일 도로공사와 조별예선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10년을 뛰며 전성기를 함께 한 팀이지만, 결별의 과정이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기에 전의가 불탈 법 하다.
임명옥은 “처음에 KOVO컵 대진표가 나왔을 때 도로공사랑 조별예선에 맞붙게 되어있더라고요. 그때 ‘아, 차라리 시즌 때 맞붙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그래도 이제는 덤덤할 수 있을 것 같아요. KOVO컵 전에 연습 경기에서 도로공사랑 경기를 한 번 했어요. 그때 감정 컨트롤이 잘 안 되더라고요. 정말 이기고 싶어서 연습 경기인데 심판한테 따지기도 할 정도로. 그렇게 연습 경기 때 풀어내고 방에 들어가니 뭔가 꽉 막혔던게 내려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그때 연습 경기에서 졌는데, (이)주아나 (최)정민이, (김)하경이가 ‘언니 꼭 이기게 해주고 싶었는데 미안해요’라고 말해주더라고요. 정말 고마웠죠”라고 답했다.
이어 “이제는 좀 도로공사를 코트 반대편에서 만나도 좀 무덤덤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연습 경기 때 김종민 감독님을 만났을 때도 저는 그냥 하이파이브만 하고 싶었는데, 저를 스윽 안아주시더라고요. 감독님이 미안해하는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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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고참급인 황민경이나 이소영도 임명옥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임명옥은 “애들이 ‘언니 믿고 가겠다’라고 말해주더라고요. 연습 때도 코트 위에서 장난을 치기도 하면서 분위기도 풀어주고 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옆에 있던 김하경도 “오늘도 제가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야할지 막막할 때 명옥 언니한테 물어보고 그랬어요”라고 거들자 임명옥은 “상대 서브 전에 저는 상대 코트를 보고 있잖아요. 그러다보니 상대 미들 블로커의 움직임이나 이런 게 더 잘 보이니까 상대를 등지고 있는 하경이한테 이런 저런 사인도 주고 그러는거죠”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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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옥은 “아니요. 아직. 이번 KOVO컵 끝나면 수도권에 집 구하려고요. 지금은 주말마다 김천에 내려가는데, 이상하게 김천에 가기가 싫더라고요. 아직 김천에 뭔가 걸쳐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요”라며 웃으며 답했다.
‘수도권은 집값이 비쌀텐데?’라고 되묻자 “전세에요. 전세”라고 답하는 임명옥이었다.
여수=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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