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공석’ 두산, ‘국민 추천’ 받아보면 어떨까 [김대호의 야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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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각계에 부는 '국민 추천', 야구계도 팬들 의견 반영 추세
두산 차기 감독 후보 놓고 팬 커뮤니티 뜨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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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팬들은 '극성'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팀에 대한 애착이 강한 걸로 잘 알려져 있다. 만년 상위권으로 믿었던 팀이 최근 몇 년 사이 하위권에서 맴돌자 실망한 팬들이 많다. /뉴시스 |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장관 지명에 앞서 ‘국민 추천제’를 실시했다. 국무위원 인선에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의도였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장관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몇몇 장관 후보자는 국민 추천제의 결과가 적극 반영됐다. 정당 대표 선출에도 권리 당원이나 대의원이 아닌 일반 국민의 의견 반영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기업에서도 소액주주들의 입김이 세졌다. 주인이 주인 행세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프로야구단의 주인은 누구인가. 절대적 지분을 갖고 있는 모기업의 사주가 주인일까?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주인이 아닌가? 한 구단에 30~40년 몸 담고 있는 프런트 직원이야말로 진정한 주인 아닐까? 그렇다면 팬들은 그저 손님인가? 모두가 주인이다.
그런데 야구단에서 중요한 결정은 한두 명의 최고위층 손에서 이뤄진다. 특히 얼마 전 자진 사퇴한 이승엽 감독 영입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성적은 말할 것도 없고, 팀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리빌딩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팀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놨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상식적인 판단이라면 박정원 회장이 구단주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박정원 회장은 야구단 운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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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화수분 야구'란 별명을 들을 정도로 선수층이 두터웠지만 몇 년 전부터 드래프트 순위에서 밀리고 리빌딩에 소극적으로 대하면서 팀 전력이 약화됐다. /뉴시스 |
이승엽 감독이 떠난 뒤 두산 안팎에선 차기 감독 얘기로 시끄럽다. 팬들이 모이는 각종 커뮤니티엔 두산 감독에 누가 올지 관심이 뜨겁다. 두산의 무너진 투수진을 바로 세우려면 선동열(전 KIA 감독)밖에 없다는 사람이 있고, 29년 간 두산 한 팀에서만 선수, 코치 생활을 한 장원진을 적극 추천하는 사람도 있다. 이 두 명은 김태형(롯데 감독) 전 감독 후임으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두산 코치 이력이 있고 유일무이하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한 김원형(전 SSG 감독)을 미는 사람도 있다. 야수 발굴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강인권(전 NC 감독), 데이터 야구에 조예가 깊은 이동욱(전 NC 감독)과 피츠버그에 유학 중인 홍성흔 이름도 거론된다. 물론 조성환 현 감독 대행이 계속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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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감독 자진 사퇴 후 지휘봉을 잡은 조성환 감독 대행은 폭넓게 선수를 기용하고 있지만 뚜렷한 효과를 못보고 있다. /뉴시스 |
두산 프런트는 팬들의 이런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팬들의 목소리를 구단 운영, 특히 감독 선임과 같은 중대한 결정에 반영한 적은 없다. 두산은 프로 초창기부터 리그를 선도하는 구단이었다. 국내 구단 가운데 처음으로 2군 훈련장을 건립한 것도 두산이고, 메이저리그 구단(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처음으로 자매 결연을 맺고 교류한 것도 두산이다. 원년 우승팀이기도 하다.
두산은 매우 열성적이며 두터운 팬층을 갖고 있다. 오래된 팬들도 많다. 두산은 오래전부터 이들을 ‘두산 베어스의 주인’이라고 말해 왔다. 이제 이들의 의견을 참고용이 아닌 실제 선정에 반영할 때가 됐다. 야구팬들의 생각은 장관의 국민 추천보다 훨씬 전문적이고 객관적이다. 이들 가운덴 두산 한 팀만 수십 년 동안 지켜봐 온 ‘골수 팬’들도 수두룩하고, 시즌 144경기를 빠짐없이 현장에서 ‘직관’하는 팬들도 많다. 이들의 안목은 웬만한 야구인들을 비웃을 정도다. 차기 두산 감독이 누가 되든 주인인 팬들도 함께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