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로 이룬 태권도 국가대표의 꿈, 첫 세계선수권 도전나서는 윤도희…“버티고 버텨 따낸 태극마크, LA올림픽까지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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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놈이 오래 가는 게 아니라, 오래 가는 놈이 강한 놈이더라”
이 대사에 딱 어울리는 태권도 선수가 있다.
여자 태권도 ?73kg급 국가대표 윤도희(26·삼성 에스원). 보통 20대 초반에 전성기를 맞이하는 태권도에서, 늦었다면 한참 늦었다고 해도 무방할 20대 중반에 처음으로 국가대표 1진의 꿈을 이뤘다.
‘늦깎이 국가대표’ 윤도희는 24일 중국 우시에서 개막하는 2025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
첫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긴장과 설렘이 공존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던 윤도희를 지난 17일 용인에 위치한 삼성 에스원의 훈련장이 있는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만나 그간의 선수 생활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1진 국가대표가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렇지, 2진으로는 예전에도 뽑힌 적 있는 윤도희다.
2021년 베이루트 아시아선수권에서는 2진이었지만, 1진이었던 선배의 은퇴로 대신 출전해 금메달을 딴 적도 있다.
순수하게 자신의 실력으로 시니어 국가대표 1진을 따낸 건 올해가 처음이다.
윤도희는 “한국체대 동기 여자 선수들은 이미 다 은퇴했거든요. 이젠 저밖에 남아있지 않아요. 사실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데, 저는 지금 국가대표의 꿈을 이뤘어요. 정말 꿈만 같은 시간들이에요”라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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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73kg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윤도희 선수(삼성에스원태권도단) |
그 간절한 아쉬움이 윤도희를 지금껏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었다.
윤도희는 “계속 아쉬움이나 갈증 같은 게 있었어요. 2진, 3진 대표로는 뽑히는데, 1진이 되지 못한다는 그 아쉬움. 그 속에서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시고 격려도 해주셔서 버티고 버텨냈죠. 그 결과가 이렇게 달콤한 열매가 되어 돌아올 줄은 몰랐네요”
윤도희가 엘리트 태권도 선수의 길에 접어든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1살 위 오빠와 8살 위 언니가 모두 태권도 선수였다.
어릴 때부터 오빠와 언니가 태권도를 하는 것을 보면서 자랐기에 당연하듯 태권도 선수가 되고 싶었다.
윤도희는 “당연히 엄마, 아빠, 오빠, 언니까지 다들 태권도하는 걸 말렸죠. 그리고 제가 공부도 좀 잘했거든요. 그래서 부모님이 ‘도희야, 너는 공부를 해라, 제발’ 하셨는데, 제가 2주 동안 태권도 선수하겠다고 빌고 빌었죠. 그렇게 태권도 선수가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주변의 만류에도 시작했던 태권도였기에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책임감도 컸다.
그게 지금까지 윤도희를 버티게 해줬던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책임감도 있지만, 그간 대표 선발전에서 떨어지면 힘들다가도 태권도를 계속 하고 있는 저를 보면 제가 정말 태권도를 사랑하긴 하는 것 같아요”
늦깎이로 태극마크를 달고 나가는 세계선수권. 떨리는 마음도 있지만,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는 자부심이 있기에 자신감이 있다.
정동혁 삼성 에스원 태권도단 감독은 “도희는 제가 아는 선수 중에 훈련량이 가장 많은 선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도희는 “제가 컨디션이 좋으면 나오는 몸놀림이 있거든요. 그 몸놀림만 나온다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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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체급의 유럽이나 다른 대륙 선수들의 키는 1m80을 훌쩍 넘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전자호구 도입으로 인해 태권도는 점점 피지컬이 중요해지고 있기에 그만큼 윤도희에겐 불리하다.
윤도희는 “주변에서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라며 말해주는 후배들이 많아요. 제가 신체조건이 불리한데, 저같은 선수들도 많거든요.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버티고 또 버텨서 국가대표가 됐잖아요. 저처럼 국가대표만 바라보면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는 후배들에게 희망이기도 하기 때문에 저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정말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커요”라고 답했다.
이어 “제가 태권도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목표는 딱 하나, 올림픽이었거든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반드시 우승하고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출전도 반드시 이뤄내고 싶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도희는 원래 +73kg급에서 뛰었던 선수다.
-73kg급에서도 작은 키인데, 한 체급 위에서는 더 신체조건이 불리했다.
그래서 체급을 내렸고, 덕분에 동체급에서는 파워는 강한 편이다.
윤도희는 “예전 체급은 제가 몸을 좀 찌워야 했다면, 지금 체급은 딱 평소 몸무게로 할 수 있다보니까 컨디션 조절에 굉장히 유리해요.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가 좀 수월하다고 보면 되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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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박우혁, 강재권, 윤도희 선수 |
윤도희는 “저는 심리적인 부분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데, 최근 소속팀에서 전문 상담사를 초빙하여 스포츠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셔서 너무 만족도가 높았어요. 상담사 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보완한 부분들이 실제 경기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1999년 창단한 에스원 태권도단은 한국 태권도의 산실이다.
지난 26년간 수많은 올림픽·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를 배출하며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명문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에스원 태권도단은 단순히 메달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선수들의 정신적 성장과 인격 함양을 중시하며, 은퇴 후에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전문 스포츠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선수들의 멘탈 관리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언니, 오빠들을 보며 태권도를 시작한 윤도희. 최근엔 평생 업으로 삼아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여전히 태권도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
“좀 어릴 땐 질릴 때까지 선수하고 은퇴하면 태권도와 관련 없는 삶을 살고 싶었거든요. 근데 최근 들어 어린 후배들과 같이 훈련하다보니 제가 좀 잡아주고 하다보니 그런 것에 보람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지도자 생각도 가끔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인생은 기니까 언제 또 바뀔지 모르겠지만요”
용인=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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