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 언니, 37살 중에 언니가 제일 빨라요. 수비도 제일 잘해요”…IBK 코트 후방을 든든히 지키는 황민경의 헌신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1,464 조회
- 목록
본문
| |
IBK기업은행 선수들이 주장인 황민경을 두고 놀림 반, 경이로움 반을 섞어 던지는 찬사다.
1990년생으로 새해에 37살이 된 황민경이 평소 후배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덕에 나이 공격을 섞은 칭찬도 가능하다.
세화여고 졸업하고 2008~2009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던 황민경도 어느덧 프로 18년차의 베테랑이 됐다.
1m74의 단신이지만, 데뷔 초기엔 폭발적인 운동능력과 점프력으로 강한 공격력을 보여줬던 황민경이다.
2011~2012시즌엔 자신의 운동능력을 십분 발휘한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서브퀸’에 오르기 도했다.
그런 그도 세월 앞에선 어쩔 수 없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과 갖가지 부상에 시달리며 20대 한창 때의 운동능력과 점프는 잃었다.
| |
코트 후방에서 몸을 날리는 수비로 소금같은 역할을 해낸다.
8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정관장과의 홈경기에서는 황민경의 이런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이날 황민경에게 주어진 역할은 리시브에 다소 약점을 보이는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인 육서영의 후위 세 자리를 맡아주는 것이었다.
네 세트 모두 육서영과 교체로 코트를 밟았다.
득점보다는 리시브와 수비, 궂은일을 해내고 다시 웜업존에 들어가야 하는 짧은 역할이지만, 황민경은 ‘씬스틸러’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IBK기업은행이 세트 스코어 2-1로 앞선 4세트 17-16 상황. 13-16에서 연속 4득점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IBK기업은행으로선 승부를 5세트로 끌고가지 않고 4세트에서 끝내 승점 3을 온전히 챙기기 위해선 점수차를 더 벌려야 했다.
동점을 허용한다면 승부는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
| |
박혜민의 퀵오픈 2개를 그림같은 다이빙 디그로 살려냈고, 두 번째 살려낸 디그는 빅토리아의 오픈 공격 성공으로 연결됐다.
연속 득점 분위기를 이어간 IBK기업은행은 19-16까지 달아났고, 막판 정관장의 맹추격을 힘겹게 뿌리치며 세트 스코어 3-1(25-21 21-25 25-22 25-23)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3연승을 달린 5위 IBK기업은행은 승점 30(9승11패) 고지를 밟으며 3위 흥국생명(승점 33, 10승10패)과의 승점 차를 줄임과 동시에 4위 GS칼텍스(승점 30, 10승10패)와의 승점 차를 삭제시켜버렸다.
경기 뒤 황민경은 세터 김하경과 함께 수훈선수로 선정돼 인터뷰실을 찾았다.
황민경은 “중요한 경기에서 승점 3을 온전히 따낼 수 있어서 기분 좋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
킨켈라를 아포짓으로 보내고 빅토리아를 아웃사이드 히터로 세우면서 남은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는 육서영이 붙박이 주전을 맡고 있다.
전위에서 공격 생산력이 크게 떨어진 황민경은 세트마다 킨켈라나 육서영의 후위 세 자리를 책임지거나, 두 선수가 흔들릴 때 들어가는 ‘조커’ 역할을 맡고 있다.
선수라면 누구나 코트 위에 오래 머무르고 싶기에 아쉬울 법 하다.
그러나 황민경은 “팀에서 제개 필요로 하는 역할이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걸 해내야 한다.
웜업존에서 언제든 (육)서영이나 킨켈라가 흔들릴 때 들어가서 보탬이 되려고 준비하고 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4세트 17-16에서 결정적인 디그 2개로 점수를 가져온 뒤 황민경은 특유의 해맑은 미소로 포효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그야말로 도파민이 터졌죠. 중요한 상황에서 수비를 해냈어도 사실 그게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게 되는데, 빅토리아가 득점을 내줘서 고납다.
그 덕분에 저도 기분 좋게 세리머니를 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 |
| |
올 시즌 IBK기업은행은 시즌 초반 1승8패 부진에 빠지며 김호철 감독이 사퇴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황민경은 “주장이란 자리가 쉽지 않다.
그래도 선수들 독려하고, 밝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훈련할 때 뭐라도 하나 더 하려고 한다.
선수들과 ‘한 번만 이기면 더 올라갈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 하려고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황민경은 지난 2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통산 500경기 출장을 채웠다.
이에 대해 묻자 “데뷔 때만해도 500경기를 뛸 수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하다보니까 그런 기록이 세워진 것 같다”라고 답했다.
지난달 17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선 황연주(도로공사, 461개)에 이어 여자부에선 두 번째로 서브득점 400개를 채웠다.
지난해 11월14일 GS칼텍스전에서 서브득점 2개를 올려 399개째를 채운 뒤 8경기만에 400번째 서브득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당시를 떠올리며 황민경은 “그때 주변 모든 사람들이 제 서브득점이 399개인 것을 다 알고 있어서 ‘오늘은 해야지’, ‘이젠 해야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게 안나오던 서브득점이 중요한 상황에서 나왔다.
짜릿했다”라고 답했다.
이어 “웜업존에 있다가 들어가서 서브를 때리려고 하면 100%의 능력으로 서브를 때리기가 힘들다.
이제 제가 경기에 투입되는 상황이 서브득점보다는 수비나 리시브이기 때문에 그쪽으로 포커스를 맞추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20대 초중반에 힘껏 뛰어올라 강하게 때리는 서브는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걸까. 황민경은 “그때만큼의 운동능력이나 점프력을 발휘할 수는 없으니까요”라면서도 “그래도 옆에 있는 (김)하경이도 그렇고, (고)의정이도 장난으로 ‘언니, 37살 중에 제일 빨라요. 수비도 제일 잘해요. 키도 작은데...’라고 놀리는 듯 칭찬인 듯 그런 말을 하기도 해요. 동생들이랑 평소에도 편하게 지내서 그런가봐요”라고 말하며 씩 웃었다.
| |
황민경과 임명옥은 2015~2016시즌, 딱 한 시즌을 도로공사에서 함께 뛰었던 사이다.
당시 임명옥은 KGC인삼공사(정관장 전신)에서 뛰다 김해란(은퇴)과 맞트레이드되어 도로공사에 합류했다.
오랜만에 명옥 언니와 뛰니 어떠냐고 묻자 황민경은 “커서 만나니까 더 좋은 것 같아요. 10년 전에 도로공사에서 처음 뛸 땐 무섭고 그랬는데, 이젠 무섭지도 않고 그래요. 어릴 땐 4살 차이도 크게 느껴졌는데, 이젠 그 차이가 덜 느껴지나봐요”라면서 “제가 주장에 최고참이었으면 누구와 상의하기도 힘든데, 언니가 온 덕분에 혼자 결정하지 않고 상의할 수 있으니까 그게 참 좋아요”라고 설명했다.
화성=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토토힐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