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메달과 0.98점…그럼에도 차준환은 끝까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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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과의 점수 차이는 단 0.98점. 점수가 확정된 순간, 탄식이 나올 법했다.
하지만 차준환은 웃었다.
그의 세 번째 올림픽은 역대 최고 성적인 4위로 막을 내렸다.

한국 남자 피겨의 ‘간판’ 차준환(서울시청)은 14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총점 273.92점으로 4위를 기록했다.
동메달을 차지한 사토 순(일본·274.90점)과의 차이는 불과 0.98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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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이 13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밀라노=연합
흰 상의를 흩날리며 얼음 위를 가로지른 차준환은 경기 내내 흔들림 없는 표정이었다.
그의 특기인 이너바우어(두 발을 벌린 채 허리를 젖혀 활처럼 휘어지는 동작)는 이번에도 아름답게 펼쳐졌다.
깊게 허리를 젖힌 채 빙판을 가르는 순간, 경기장은 잠시 숨을 죽였다.

흐름을 바꾼 건 점프 하나.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 두 번째 과제인 쿼드러플 토루프(공중에서 네 바퀴를 도는 점프)에서 넘어졌다.
이 장면에서 수행점수(GOE·점프 완성도에 따라 더하거나 빼는 점수) 4.75점이 깎였고, 감점 1점도 더해졌다.
메달권과 직결되는 실수였다.
자칫 실수 한 번이 경기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차준환은 멈추지 않았다.
심리적 압박이 컸지만 개의치 않는 듯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이후 요소들은 안정적으로 마쳤다.
연기는 무너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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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이 13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점프하고 있다.
7장 포토샵 레이어 합성. 밀라노=연합
연기 마지막, 그는 무릎을 꿇은 자세로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음악이 끝나자 그대로 주저앉았다.
온 힘을 다 쏟은 듯 숨을 고르면서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의 마음을 아는 듯 관중석에서는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실수의 순간보다, 끝까지 해낸 시간에 보내는 박수였다.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 181.20점(기술점수 95.16점·예술점수 87.04점·감점 1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92.72점을 합쳐 총점 273.92점. 계산상 쿼드러플 토루프를 성공했다면 7점 이상을 더 받을 수 있었다.
순위표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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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이 13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마친 후 주저앉아 호흡을 고르고 있다.
밀라노=뉴시스
이번 남자 싱글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쿼드신’으로 불리는 일리야 말리닌은 점프 실수를 반복하면서 8위에 머물렀다.
일본의 가기야마 유마 역시 4회전 점프에서 흔들렸다.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연이어 흔들린 가운데, 차준환은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그는 올림픽마다 순위를 끌어올렸다.
2018년 평창 15위, 2022년 베이징 5위, 그리고 이번 대회 4위. 한국 남자 싱글 최고 성적이다.

경기 뒤 차준환은 “실수 한 가지가 있었지만, 모든 걸 쏟아붓고 나왔다.
그래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4년을 “버텨낸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부상과 스케이트 부츠 문제로 통증을 안고 훈련을 이어왔다.

0.98점은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이날 링크 위에서 더 또렷하게 남은 장면은, 넘어지고도 끝까지 웃으며 일어난 차준환의 모습이었다.
장민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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